“北물가 고공행진에도 중산층 안정세”

▲ 북한 장마당 <자료사진>

북한 장마당 식량 가격이 지난 8월 대규모 수해를 거치며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데일리NK가 지난 9월 말 북한 북부 지역의 물가를 일제 조사한 결과 쌀 가격이 7월 초 조사 때보다 500원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안북도 신의주 장마당(시장)의 경우 1kg에 980원에 거래되던 북한 쌀의 가격이 1,400원으로 크게 올랐다.

수입산 중국쌀도 1kg에 1,250원까지 가격이 뛰었고, 한국산 쌀은 1,45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평안북도 곽산의 경우 북한 쌀이 1kg에 1,370원, 중국 쌀 1,500원, 한국 쌀 1,300원에 각각 거래됐다.

함경북도 회령에서는 지난 7월 1kg에 900원 하던 북한 쌀 가격이 1,250원으로 올랐다. 함북 길주도 1,2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함경북도는 신의주보다는 쌀값이 소폭 상승했다. 회령 지역의 쌀 가격은 지난 3월(820원)이래 꾸준히 오르고 있다.

회령이 신의주보다 쌀 가격이 싼 원인은 옥수수 수요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배급제가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조사 때는 900원대에 머물렀던 밀가루의 가격도 1,200원으로 올랐고, 국수 가격도 1,000원에서 1,600원으로 큰 폭으로 뛰었다. 그러나 북한 저소득층의 주식인 통옥수수는 450원으로 지난 7월 초와 같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식량 가격 상승 원인은 지난 8월 초·중순 북한을 강타한 대규모 홍수 피해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의 최대 곡창지대인 평안남도과 황해도의 경작지가 물에 잠기면서 자체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졌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식량난 이후 쌀값이 떨어지는 가을철에 1년분 식량을 마련하려는 성향이 강해 이 시기에 수요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그러나 올해는 공급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쌀값이 많이 올랐다.

또한, 쌀값 상승은 외부에서 지원된 쌀이 북한 주민에게 분배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민군대나 간부층에 배급돼 장마당으로 밀매되는 과정도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쌀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소문에 미리 ‘사재기’를 하는 도매상이 늘어난 것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8월 초 신의주 장마당 쌀 가격은 일시적으로 1kg에 1,950원까지 올랐었다. 이는 홍수 피해와 무관하게 정부의 쌀 판매 금지 등이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만 나돌았다. 그러나 이후 점차 하락세를 보여 9월 한 달 1,500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쌀값 상승에 비해 저소득층의 주식인 옥수수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옥수수 가격의 안정세는 북한에 대규모 아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쌀 가격이 500원이나 상승했음에도 옥수수 수요량이 크게 늘지 않는 것은 북한 내 중산층 경제가 안정화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식량 가격이 상승하며 공산품이나 기타 부속물의 가격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돼지고기(1kg)의 경우 2,300원에서 3,000원으로 가격이 올랐고, 냉동 명태도 1마리 당 3,500원에 팔리던 것이 4,800원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이외에도 미역이나 단물(과일주스) 등의 가격도 각각 2,000원 내외로 상승했다. 대표적인 외제 담배인 고양이도 200원 오른 1,500원에 판매됐다.

또한 난방이 본격적으로 필요한 가을철로 접어들며 연료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갈탄은 20kg에 1,300원씩 거래되고 있었고, 휘발유는 1리터에 3,000원을 기록했다.

환율도 조금씩 올라 1달러에 3,100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3,30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