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계획 경제로의 회귀를 위한 의지를 보인다고 해도 이제는 자생적으로 생성된 시장화 흐름을 뒤집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문수 교수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대표 한기홍)가 21일 오후 ‘북한의 시장경제 활성화 방안’이란 주제로 여는 포럼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에서 “현재 북한에서의 시장경제는 자력갱생적 시장경제로 규정이 가능하다”며 “당국의 의지가 있다고 해서 (지금의) 시장화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북한 당국이 과거의 계획경제로 회귀하고 싶어도 이제는 불가능하다”며 “일각에서는 배급제 정상화 시도를 두고 (북한이 계획경제 복귀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경제라는 것은 당국의 자신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의 역사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통일연구원 최수영 연구위원은 “북한은 7·1경제조치와 이후 개혁조치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자 했지만 여전히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무역수지 적자의 확대는 기형적인 시장화와 연계되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적 의존은 정치적, 지리적 이점 때문에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시장화가 개인과 기업 수요의 해외의존 구조의 가속화를 추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 경제의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치로 “생산 증대를 위해 공급애로 해소, 산업구조 개편, 금융시장 육성, 외자유치를 위한 개방 확대, 개방형 특구 확산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며 “투자 대비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기업과 산업 등의 구조를 개편, 섬유·의류와 같은 노동집약적 경공업제품을 수출 주력상품으로 우선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극동문제연구소 홍성국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시장화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북한의 시장화는 불안정한 변화를 되풀이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홍 연구실장은 북한 시장화 현상의 특징으로 ▲주(主) 사회주의 ‘계획영역’, 종(從) ‘시장영역’의 형태를 띤 ‘불균형적 이중구조’ ▲북한 당국의 필요에 따라 개선 조치를 조금씩 취해나가는 ‘현실 수용 형식’의 제도화 ▲계획영역 ‘대폭 강화’, 시장영역 ‘소폭 확산’을 꼽았다.
이에 대해 홍 연구실장은 “(북한의) 변화는 시장경제적 변화라기보다 북한 사회주의의 변질이라고 진단하는 것이 오히려 정확한 평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