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추석을 맞아 간부들을 중심으로 고가(高價)의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얼음’으로 불리는 마약은 물론 심지어 도살이 금지된 ‘소’도 간부들에게 뇌물로 주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추석이 다가오자 간부와 돈주(신흥부유층)를 중심으로 상부에 줄을 대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명절에 고기와 돈 봉투를 함께 주는 것이 가장 고급스러운 ‘뒷돈(뇌물) 문화’로 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간부들은 명절에 가족들을 챙기는 것보다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맥 관리에 더 투자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북한에서 힘의 원천이 ‘높은 지위’였다면 이제는 ‘돈’이 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시장 매대·세금 등을 전담하는 관리소장, 감시·통제를 담당하는 보위부원, 휘발유·디젤유 등을 관리하는 연유(燃油) 관리원 등이 추석과 같은 명절에 반드시 찾아 뇌물을 줘야 할 간부들이라고 한다.
이처럼 명절을 맞아 북한에서는 ‘윗 간부에게 잘 보여야 향후 시장활동이 수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북한식(式) 뇌물 문화가 기승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에서 뇌물을 주고 받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 종류는 다양해지고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
소식통은 “(추석이 가까워지면) 중국 북경(北京)과 평양을 오가는 국제열차를 통해 중국 바이주(白酒)와 양주 등 고급술과 파인애플, 바나나 등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명절 때 술 같은 선물을 주면서 이 기회를 통해서 간부들에게 자연스럽게 뇌물을 바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만 하더라도 돈 봉투, 몸에 좋은 잉어, 남성들이 좋아하는 담배 등이 선물로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이런 것은 기본으로 해야 한다”면서 “여기에 최근에는 ‘얼음’도 훌륭한 선물로 꼽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얼음은 북한에서 일명 ‘빙두’라고 불리는 헤로인과 필로폰 등을 말한다. 북한은 함경남도 함흥시 나남제약회사 같은 기업소에서 얼음을 대량 생산했고, 최근에는 유통·거래 등 불법행위를 감시해야 할 보위부원들까지 복용할 정도로 만연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얼음 1g에 가격은 100위안(元, 북한돈 약 13만 원)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하지만 간부들은 이 정도의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 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회비용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단속이 그리 엄하지 않다 보니 간부들은 편하게 (마약)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것”라면서 “대체로 간부의 급(지위)에 따라 얼음을 준비하는 양을 달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얼굴 도장만 찍어야 할 경우는 1g 정도를 바치고, 그외 사업이 필요한 간부들 같은 경우에는 기본 1g 얼음을 딸라(달러)로 덮는 방식으로 준비한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도살이 금지된 소(牛)도 뇌물로 거래되고 있다. 소를 일부러 병이 걸린 것처럼 속여 ‘소고기’를 간부들에게 전달한다고 한다.
북한에서 소는 중요한 ‘생산수단’으로 간주돼 주민들은 소를 잡아먹지 못하지만, 죽은 소고기는 대부분 군대지원용이나 간부들 공급용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이용한 ‘꼼수’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간부들이 최근에는 추석에 일반적으로 먹던 송편보다 고기를 찾기 때문에 어떻게든 구하려는 사람들이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상인들은 추석 같은 명절을 맞아 (고기를 담당하는 곳과) 사업을 해서 병사(病死)로 위장된 소고기를 구입해 뇌물로 바치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