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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사태가 오늘날 중국에서 일어난다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최근 집단 소요 사태가 늘어나는 등 중국이 내부적으로 위험한 국면에 처해있으며, 현대 미디어 환경의 발달로 개인의 힘이 증대돼 중국 변화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州周刊) 추리번(丘立本) 편집장은 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국공산당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 주제 토론회에서 “1억 6천명에 달하는 중국의 네티즌은 중국사회의 ‘손오공’으로 민간사회 세력 증대의 주된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다.
추 편집장은 “이들은 뜨거운 열정으로 중국의 개혁을 촉진하고 있으며, 마치 길들이기 어려운 손오공처럼 ‘천궁’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수많은 사이버 경찰을 고용하고 무수히 많은 방화벽을 구축했지만 글로벌화 추세에 동참한 중국에서 인터넷 통제 ‘주문’이 24시간 효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중국은 매우 위험한 국면에 처해있다”면서 “1년 동안 약 10만건의 집단소요사태가 발생하고, 국민들의 원망이 날로 높아가는 중국은 마치 화산의 폭발을 기다리는 분화구와 같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추 편집장은 “중국 공산당 원로 두다오정의 표현을 빌리자면 중국의 정치개혁은 중국 경극의 여자 배역인 화단(花旦)과 같아서 ‘종종걸음으로 전진’하고 있다”며 “후진타오의 정치개혁은 무대의 화단처럼 종종걸음으로 전진할 뿐, 관우처럼 개혁의 칼을 휘둘러 오랫동안 누적된 중국 공산당의 폐단을 뿌리 뽑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 정치의 변화는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매우 쉽고 빠르게 확대되며 사소한 일이라도 개혁의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천안문 사태가 오늘날 중국에서 일어난다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산당 개혁, 시장 경제 적응 위한 것”
영국 노팅엄대 중국정치연구소 정융녠(鄭永年) 교수는 이 날 포럼에서 “제16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의 연설을 주의깊에 살펴보면 제4세대 지도부의 민주화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다”며 “이는 바로 중국은 급진적(서양식) 민주화의 길을 걷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서양식 민주화의 길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 정치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제4세대 지도부는 다른 정당의 흥망 역사로부터 교훈을 도출해 냈는데, 바로 집권당은 경제를 발전시킬 능력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날로 복잡해지는 사회를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의 개혁은 시장경제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산당은 그동안 노동자, 농민 등 전통적 혁명지지 세력의 이익을 대변했지만 지금은 신흥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중앙일보가 사내 중국연구소 창립을 기념해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