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지르포] ‘신의주 개방’ 7가지 소문 집중추적

▲ 중국 단동에서 바라본 신의주 ⓒ데일리NK

올해 초 김정일의 방중(訪中) 이후 지금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동(丹東) 일대에는 ‘신의주 특구 개발 재착수’에 대한 기대 어린 소문이 무성하다.

신의주가 특구로 개발되면 신의주-단동 두 도시 사람들 모두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은 2002년 9월 신의주 특구 개발의 꿈에 부풀었다가 특구장관으로 임명된 양빈이 구속되면서 무너졌던 아쉬움이 아직까지 크게 남아있다. 그래서 북-중 관계가 가까워질 징후가 보이면 이 일대에는 개방 소문이 밀물처럼 퍼진다.

현재 신의주-단동 지역에 퍼지고 있는 소문을 대강 간추려 보니 대략 7가지이다. 이 중에는 이미 착수되어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사실도 있고, 말 그대로 ‘소문’으로만 떠돌거나 개인적 ‘소망’에 가깝게 들리는 것들도 있다.

신의주 도로, 주택 건설은 사실로 확인

첫째, 신의주 특구 개발을 위해서는 도로, 항만 등 인프라 구축이 필수인데, 최근 들어 신의주에 도로 확장 ∙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다. 여러 경로로 알아본 결과, 특구 개발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 신의주에서 도로 공사가 진행중인 것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둘째, 북한 체제의 특성상 개방 특구를 운영하자면 성분이 좋지 않은 주민들을 소개(疎開)하는 조치가 선행될 것인데, 이를 위해 남신의주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건설 중이라는 소문이다. 이 역시 확인 결과,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남신의주에 새로운 주택단지가 건설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신의주가 개방되면 주민 일부는 다른 지방으로 옮기고 일부는 남신의주에 거주시킨다는 것이 신의주 주민들 사이의 소문이다.

한편 신의주와 남신의주를 잇는 직선도로 건설이 계획 중이라는 소문도 있다. 자본은 중국정부가 제공하고 노동력은 북한 정부가 운용해 건설할 것이라고 신의주 내부 소식통은 전한다.

셋째,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을 전후해 북한에서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다. 중대발표의 내용은 신의주에 곧 대형 건물이 건설되는데 중국인, 한국인 등 모든 외국인에게 개방한다는 것이다. 단, 조건은 미화 10만 달러 이상 북한에 투자한 사람만 해당된다고 한다. 또 이것이 신의주의 본격적인 개방을 대비하여 사전에 테스트 해보는 일종의 ‘파일럿 프로젝트 차원’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 소문의 진위 여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비단섬 개발, 中 주민 “사실무근”

넷째, 신의주 옆에는 비단섬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을 특구로 개발한다는 소문이다. 최근 국내 언론에 이런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비단섬은 단동시에서 남서쪽으로 37㎞ 떨어진 중국 동강(東港)시와 국경을 마주보고 있다. 동강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최근 비단섬 개발과 관련하여 북한쪽 관계자와 접촉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회의 결과가 만족스러운 것 같지도 않고, 북-중 양측의 희망 섞인 기대만 오고 간 것으로 안다. 위의 세 번째 소문에 등장하는 ‘신의주에 세워질 대형 건물’이 사실은 비단섬에 들어선다고 하는 소문도 있다.

비단섬 특구 개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하고 그곳으로 뛰어가 보았으나 황량한 벌판에 잡초만 무성했다. 비단섬에는 인민군 해양경비대 본부가 있고, 약 12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 친척이 있어 자주 왕래한다는 한 중국인은 비단섬 특구 개발 소문에 대해 묻자 “땅을 파는 삽소리도 듣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 중국 동강에서 바라본 비단섬.특구로 개발한다는 어떠한 징후도 발견할 수 없었다. ⓒ데일리NK

다섯째, 단동에서 동강 쪽으로 가다보면 량토우(浪頭)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과 북한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하는 계획이 있다고 한다.

이 계획에 대한 소문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예를 들면 총 공사비의 70%는 중국, 나머지 30%는 북한이 책임지는데, 북한쪽 30%의 자금은 중국이 보증을 서고 중국의 모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는 소문이다.

다리를 건설하는 이유는, 신의주 개방을 앞두고 신의주 시가지에서 서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외국인에게 개방하는 ‘1일 자유시장’이 들어서는데 이때 주요 교통로로 이용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신의주의 세관이 현재 역전동에서 서쪽인 민포동으로 이동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는 량토우-신의주간 새 다리 건설 계획과 딱 맞아 떨어진다.

여섯째, 3월 18일을 전후하여 단동에서 신의주 개방과 관련된 북-중 책임자 단위 회의가 열린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런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代) 때문에 회의가 2주 연기되었다는 제법 그럴 듯한 조건까지 붙어 소문이 떠돌았다. 단동시 관계자에게 이를 확인해 본 결과 그런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일곱째, 올해 7월부터 신의주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는 소문이 있다. 무비자 입국을 하더라도 신의주에 머무는 기간은 당일로 한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를 북한의 무역일꾼에게 확인한 결과, “아직 듣지 못했다”고 한다.

3월 1일~17일 신의주 일대 휴대폰 집중 단속

이렇듯 무성한 소문이 돌고 있지만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단 두 가지였다. 신의주에 도로 확장 ∙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고, 남신의주에 주택단지가 조성 중이라는 것. 나머지 소문들은 2002년 신의주 특구 개발계획 발표 당시 떠돌던 소문의 재판(再版)이다.

이렇게 내외부적으로 개방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여전히 체제단속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3월 1일부터 신의주에서는 집중 단속이 있었다. 국가안전보위부 내부 감사까지 진행된 대대적인 단속이었다. 이유는 인근 용천군에서 한 주민이 한국과 통화를 하다가 발각되었다는 것. 이 때문에 휴대폰으로 중국과 통화를 하면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휴대폰을 꺼놓고 감추는 바람에 중국쪽 상인들이 영문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단속은 17일에야 끝났다.

한쪽에선 개방 헛바람, 다른 한쪽에선 단속 칼바람이 맞부딪히는 2006년 3월 북-중 압록강 국경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