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르포] 함경북도 국경에 도대체 무슨 일 있나?

서울시 강서구에 거주하는 탈북자 A씨는 요즘 속이 탄다. 함경북도 온성군에 거주하는 가족들로부터 한 달째 소식이 없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전화를 했는데 전화가 안 와요. 단속이 심해졌나 봐요.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고 내가 전화를 걸어 볼 수도 없고….”

중국과 인접한 북한 국경도시는 중국 휴대폰을 갖고 있으면 통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국제전화를 통해 남과 북이 연결된다. 대체로 이 전화는 북에서 남으로 일방적으로 걸려오는 전화다. 남한은 언제 어디서든 전화를 받을 자유가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중국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처벌대상이다.

A씨 역시 북한의 가족에게 중국 휴대폰을 들여보내 안부를 확인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가족들로부터 소식이 뚝 끊겼다. A씨뿐 아니라 국경도시에 가족을 둔 탈북자들 가운데 최근 소식이 끊겨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사서(고용해) 북한으로 들여보내고 싶지만 요즘엔 (북한에) 들어가기도 어려워졌다고 해요. 조류독감(AI) 때문에 단속이 심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후론 완전히 연락이 없네요.”

A씨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탈북자 B씨의 말이다. B씨 역시 회령군에 있는 가족과 한달 째 연락이 끊겼다.

“어느 해보다 살벌한 연초 분위기”

최근 북-중 국경 함경북도 지역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먼저 구제역과 조류독감.

이로 인해 원래 봉쇄되어 있던 국경은 더욱 철저히 봉쇄되었다. 최근에는 경비대원에게 뇌물을 줘도 도강(渡江)을 하기가 어렵다.

“강을 건널 때는 경비대원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약속과 함께 돈을 건넸다. 그런데 요샌 그렇게도 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 건너게 해줬다가 돌아올 때 강화된 검열에 걸리면 자기(경비대원)까지 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구제역이 풀릴 때까지는 몸을 바짝 낮춰야 한다는 분위기다.”(중국 투먼 거주 조선족 C씨)

다음으로 총격과 살인 사건.

지난 1월 25일경, 북-중 국경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격사건이 일어났다.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북한 쪽을 향해 총을 쏘고 달아나거나, 총을 소지한 채 북한으로 들어가다 검문에 걸리자 경비대원을 칼로 찌르고 도망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중앙에서 사태파악을 위해 검열단이 내려왔다고 한다. 주민들에게 미칠 파장이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조심스럽게 조사 중인 것 같은데, ‘곧 전쟁이 난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세력인지 모르겠지만 온성, 회령, 무산 일대에서 한날 한시에 총격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보아 꽤 조직된 무장세력이라는 느낌도 든다.” (중국 거주 한국인 선교사 D씨)

그리고 삐라(유인물) 사건.

지난 10일 온성군 왕재산 지역에서 “김정일 거꾸로 세우자”는 제목의 삐라가 살포돼 북한 당국이 긴급히 수거에 나섰다. 왕재산 지역은 김일성의 항일혁명 사적지가 위치한 국경인접 지역인데다 삐라 배포의 시점이 김정일 생일(16일) 직전이라 역시 조직된 세력의 행동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과 휴대폰 통화가 안 된다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다. 휴대폰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한 것인지, 분위기가 안 좋아지니까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통화를 하지 않는 것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평안북도 일대에 보위사령부 검열이 내려왔다는 소식이 있는데 함경북도 지역에도 대대적인 단속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있다. 연초에 기강을 잡기 위한 목적에서 이런 단속이 매년 있어 왔지만 올해에는 강도가 센 것 같다.” (국가정보원 관계자)

최근 북한의 가족과 간신히 통화가 되었다는 탈북자 E씨는 북한에 ‘족발병’이라는 희귀병이 돌면서 지역간 이동이 완전히 통제되는 등 ‘분위기가 살벌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어떠한 질병인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발이 썩어가는 전염병’이라고 가족들이 말했다”고 E씨는 전했다.

구제역과 조류독감, 이름을 알 수 없는 전염병에 총격과 살인 사건, 삐라 사건 등이 겹쳐 요즘 북-중 국경은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중국 옌지(延吉) = 김영진 기자 kyj@dailynk.com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