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북한 주민들이 청취한 대북 라디오 방송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유조선방송/6월 20일>
집중분석-韓, 인터넷 사용 20주년…北은?
화제가 되는 뉴스를 살펴보는 집중분석 시간입니다. 한국이 인터넷을 사용한지 오늘로 20주년을 맞았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속도나 사용량은 전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에 속하는데요.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인터넷 이용을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남북한의 인터넷 환경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진행: 북한 청취자 중에는 인터넷 접속을 못 해본 분들이 많으실 텐데 우선 인터넷이 뭡니까?
김민수: 네. 북한에서는 인터네트라고 하는데요. 인터넷은 전 세계의 통신망을 연결한 것입니다. 인터넷은 1969년 미국에서 시작됐는데요. 당시만 해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됐고, 지금처럼 전 세계의 통신망과 연결된 게 아니라 미국의 4개 대학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연결된 형태였습니다. 한동안 미국 내부에서 제한된 목적으로 이용되던 인터넷은 1992년에 새로운 통신망을 구축해 일반적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는데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됐습니다.
진행: 인터넷 혁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터넷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크게 바꿨는데요. 한국 사람들은 언제부터 인터넷을 시작했습니까?
김민수: 네. 한국 주민들은 20년 전인 1994년 6월 20일에 인터넷을 민간에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한국과학기술원 등 일부 대학에서 연구망으로만 쓰던 것입니다. 초기 인터넷은 속도가 9.6Kbps(킬로비트)로 현재 가정용 인터넷 평균 속도인 초당 100메가비트(Mb)의 1만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진행: 인터넷은 속도가 생명이잖아요. 한국 인터넷 갈수록 빨라지고 있죠?
김민수: 네. 인터넷은 데이터 전송 속도에 따라 수준이 달라지는데요. 속도가 빨라지면 정보 검색도 그만큼 빠르고, 영화 같은 용량이 큰 자료도 금방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고속 인터넷 접속 기술이 등장한 이후 계속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요. 올해 하반기엔 지금보다 10배 빠르고, 20년 전보다는 10만 배 빠른 ‘기가 인터넷’까지 등장할 예정입니다. 기가 인터넷은 1초에 1,024메가비트(Mb·1기가비트)의 데이터를 보내는 속도로 고화질(HD) 영화 한 편을 10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속도는 세계 1위입니다.
진행: 한국 국민들은 세계적으로 인터넷도 많이 이용하고, 기술 수준도 높다고 알려졌는데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김민수: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입니다. 국민의 인터넷 이용률은 지난해 82%를 기록했습니다. 이 중 10~3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99%에 육박할 정도로 우리 국민은 전 세계에서 인터넷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축에 속합니다.
진행: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한국 사회도 큰 변화를 겪었죠?
김민수: 네. 인터넷 때문에 한국 사회는 정치·경제·산업·교육 등 전(全) 분야에 걸쳐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정치적으론 인터넷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면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될 사람들은 인터넷 여론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경제적 변화는 더욱 큰 데요,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고팔면서 상점이나 백화점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또 그전까지는 돈거래를 할 때 은행을 직접 찾아가야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인터넷이 되는 핸드폰으로 뱅킹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큰 사무실을 갖고 있던 은행의 지점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서점이라는 것도 생겨서 기존 서점들이 문을 많이 닫았습니다.
진행: 그러면 인터넷을 통해 형성되는 경제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나요?
김민수: 인터넷과 관련된 경제 생산량을 의미하는 ‘인터넷 경제’의 규모는 2010년 750억 달러로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7.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북한과 중국의 무역액이 65억 4천만 달러 수준입니다. 11배 정도 차이가 있는데요. 이 액수를 보면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이 어느 정도나 발달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진행: 한국에선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로 보편화 돼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은 어떤가요?
김민수: 북한 주민들의 경우 대다수가 외부세계와 통하는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극소수의 교수와 대학원생이 인터넷을 연구목적으로 특정 장소에서 쓸 수 있고, 대남선전일꾼 등이 인터넷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기록은 실시간으로 감시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원생들도 인터넷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2012년 말 북한의 평양과학기술대학교 초청을 받아 이 대학과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컴퓨터를 가르치고 올해 봄에 돌아온 윌 스콧(Will Scott) 교수도 목격한 상황입니다.
진행: 그러니까 북한에서도 인터넷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일반 주민들은 접근 자체가 어렵다는 말이네요.
김민수: 그렇지요. 중국의 인터넷망을 통해 평양에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렸다싶이 북한 주민들은 감시 때문에 거의 이용을 하지 못합니다. 외국인은 부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요. 2010년 이후 관광객이나 취재차 북한을 방문한 일부 외국인들이 제한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선 인터넷보단 내부 통신망인 인트라넷이 발달해 있는데요, 이걸 광명이라고 부릅니다. 이 광명도 개인들의 연결망은 아니고 국가기관의 연결망입니다. 일반 가정에서 접속하기는 어렵고 기관이나 특정 대학 등에서 접속할 수 있습니다.
진행: 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민수 기자 감사합니다. 한국 국민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데, 북한 주민들은 인터넷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북한도 한국처럼 세상의 모든 정보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