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북한 주민들이 청취한 대북 라디오 방송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유조선방송/2월 27일>
논평-노력이 모자라 농사가 안되는가.
지난 24일 황해북도 신계군 안의 2천여 명 여성들이 군 안의 협동농장들에 진출했다고 합니다. 특히 군당위원회 일꾼들의 아내들이 남 먼저 농촌 진출의 깃발을 들자 이들의 뒤를 이어 군 인민위원회, 군 협동농장경영위원회, 군 인민보안서 간부 아내들과 여러 분야에 근무하던 여성들이 농촌에 진출했다고 신문과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요란히 떠들어댔습니다. 마치도 농촌에 일한 노력이 없어 농사가 안됐던 것처럼 선전하는 것입니다.
물론 군당이나 군 인민위원회 같은 간부 아내들이 농촌에 진출했다는 것 딱 하나 보면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농촌진출이라는 말처럼 아예 적을 옮기고 현재 농장원들처럼 다시는 딴 곳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 것도 아닙니다. 농장에서 일을 좀 하는 척하다가 언제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확률이 거의 100%입니다. 또 이들이 농사일을 한다고 해도 결코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따로 작업반을 구성해 농사를 짓는다면 몰라도 간부 아내들과 비교돼 오히려 눈꼴사나워 농장원들의 사기만 떨어뜨릴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 왜 이따위 놀음을 벌인단 말입니까. 새파랗게 젊은 김정은한테 칭찬과 감사장을 받기 위한 군당 책임간부의 머리에서 나온 얄팍한 술수이긴 하겠지만, 이걸로 이처럼 굉장히 떠들 일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알다시피 모내기부터 시작해 김매기, 추수까지 전당 전민 전군이 달라붙어 해마다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공장, 기업소, 가두 인민반, 공부하는 학생들까지 총동원돼 농사를 짓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먹는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해 허구한 날 남에게 비럭질해 먹는 판입니다. 한 마디로 노력이 모자라 결코 농사가 안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이제는 수십 번도 더 말했지만 먹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일 먼저 농사를 짓는 농장원들이 자기 땅에서 농사짓게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다음 농기계나 비료, 특히 주체농법 대신 선진 영농방법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2천 명이 아니라 몇 만 명이 농촌에 진출해도 아무런 성과가 없을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노력이 모자라 농사가 안된다는 식의 꼼수로 피해 가려 하지 말고 “토지는 밭갈이하는 농민에게”라는 구호처럼 농장원들에게 돌려줘야 할 것입니다.
<북한개혁방송/2월 27일>
개혁개방 실천강좌-개혁 개방시대의 북조선 권력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북조선인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인민의 안녕과 나라의 발전을 위한 조선개혁방송입니다. 오늘 개혁개방 실천강좌에서는 개혁개방 이후의 북조선 권력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개혁과 개방이란 단순하게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치고 지금까지 닫아맸던(닫아걸었던) 문호를 개방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북조선과 같이 70여 년 가까이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정치와 체제가 이어져 온 경우 개혁과 개방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개혁과 개방을 주도적으로 실천해나가야 할 북조선 간부들의 사고방식을 개혁하는 것입니다. 북조선에서 거의 모든 간부는 김정일, 김정은 독재통치가 잘 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개혁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혁과 개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에 대해서는 리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개혁과 개방의 목적과 목표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많이 생각하고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입니다.
북조선에서 개혁 개방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립장에서는 개혁, 개방의 방법과 내용을 모른다고 하면 서운해 할 것입니다. 그런데 남조선에 온 간부 출신 탈북자들의 생각이나 견해를 들어보면 개혁과 개방도 지금의 권력과 권위에 의한 방식으로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이나 사고방식은 아주 위험한 것으로 개혁과 개방을 함에 있어 독재적 방식을 사용하면 그 결과도 뻔해집니다. 따라서 북조선의 개혁과 개방에서 가장 선차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간부들과 군관, 지식인들의 개혁과 개방에 대한 사고방식을 개혁하는 것입니다.
사고방식의 개혁에서 중요하게 혁신해야 하는 것은 바로 권력에 대한 리해를 하는 것입니다.
남조선의 사전에 의하면 권력이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말합니다.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 대해서 행사할 수 있도록 가지고 있는 강제력을 말합니다. 북조선의 조선말 대사전에서는 권력을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권력에 대한 규정에서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데 현실에서, 현실 정치에서도 북과 남은 다릅니다. 남조선의 권력은 선거를 통해 국민에 의해 부여받은 권력인 데 비해 북조선의 권력은 지도자가 만든 공포에서 나오는 권력입니다.
19세기 초에 인민을 위한다는 사회주의 국가가 로씨야(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생겨난 지 70여 년 만에 사라진 것은 권력의 모순 때문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권력은 인민을 위해 만들었지만, 최고 지도자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선전선동과 공포를 리용하는 권력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중국 모택동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 권력이 총구에서 나온다는 것은 사회주의 권력이 어떤 것을 죽임으로써, 제거함으로써 사람들이 갖게 되는 공포를 통해 권력을 얻기 때문입니다.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했는데 이와 관련해 북조선에서는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총대정치라고 했습니다. 총대정치는 곧 살인 무기인 총대를 휘두르는 폭력을 통해 공포를 사람들에게 줌으로써 권력을 만든다는 것으로 모택동의 권력과 같습니다.
김정일이 죽고 난 뒤에 김정은의 정치에 대해 총알정치라고 합니다. 총대정치와 총알정치를 비교할 때 총대정치보다 총알정치는 더욱 강화된 공포의 정치로 권력의 힘을 더욱 강화한 것입니다.
총구든, 총대든, 총알이든 모두 사람을 죽임으로써 대중이 갖게 되는 공포를 권력의 힘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독재정치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북조선의 간부와 군관, 지식인, 인민들이 바라는 개혁과 개방은 자신들이 원하는 삶, 자유로운 인간으로서 존엄 있게 사는 것입니다.
때문에 북조선의 간부들은 개혁과 개방 시대의 권력을 리해함에 있어서 독재통치시대의 강제적인 권력으로 리해하면 안됩니다. 개혁 개방시대의 권력은 총구나 총대, 총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의 지지를 받을 때 만들어집니다.
북조선에서도 김일성이나 김정일, 김정은 모두 자신들의 권력이 인민들에게 주는 공포로부터 얻어진다는 것을 알지만 숨겨왔습니다. 북조선에서 선전선동이 발전되고 강화되면서 국가정치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 것은 바로 지도자의 권력이 인민들의 충성심에서 나온 것처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번에 김정은이 사상일꾼대회를 연 것이 그 대표적인 실례입니다. 김정은이 사상일꾼대회에서 한 연설에서 온 사회의 김일성, 김정일주의화를 해야 한다고 내세웠는데 이것은 공포를 조성해 인민의 지지를 강제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개혁 개방시대는 다르게 이야기하면 모든 인민이 자유롭게 자신의 사상과 생각을 표현하고 그에 따라 정치적 활동도 가능한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북조선의 개혁주체 세력이 권위주의적이고 공포적인 방식으로 개혁개방을 하려 한다면 이는 또 다른 형태의 독재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김정은 이후 시대, 개혁과 개방의 시대에 북조선을 이끌어나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간부와 군관, 지식인들은 권력에 대한 리해를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개혁, 개방시대의 권력은 총대와 같은 물리적인 힘으로 인민에게 공포를 주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이 지지를 받아서 만들어야 합니다.
권력은 정치에서 가장 본질적인 필수적 힘입니다. 권력이 없으면 정부가 없고 정부가 없으면 국가를 관리할 수 없어 무정부 상태가 되고 결국 인민들의 고통이 늘어나고 삶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개혁 개방 시대에 권력을 얻으려면 김정은 이후에 개혁과 개방을 이끄는 주체세력과 그 지도자들이 인민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나라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 주체 세력들이 인민들에게 인정을 받는 방법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바로 인민들이 원하는 것을 실현해주겠다고 밝히고 그 목표와 실천계획,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식량난은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어느 수준만큼 해결하며 전기와 무연탄은 어떻게 언제까지 해결하고 인민들의 자유는 어떻게 보장하겠다는 등등입니다.
김정은이 암살되거나 쿠데타로 제거되면 평양에는 너도나도 정치를 하겠다고 나설 것이고 권력투쟁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마치 1945년 8·15 해방 이후 수많은 정치정당이 출현하고 여러 정치세력이 서로 자기들이 인민을 위한다며 정치투쟁을 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조선의 정치에서 폭력이 아니라 법과 제도로 인민의 지지를 받는 것입니다. 개혁 개방 시대의 권력은 인민의 지지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지지가 계속되는 만큼 유지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따라서 북조선에서 개혁개방의 주체세력이 되고자 하는 간부들과 군관들은 어떻게 하면 인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개혁 개방 시대는 인민이 정치의 기반이 되고 인민의 의사가 정치의 본질이 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상으로 개혁개방 실천강좌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조선개혁방송의 김승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