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이번 주 북한엔 무슨 일이?

▶전날 북한 주민들이 청취한 대북 라디오 방송 중 주요 내용을 소개 합니다.



<열린북한방송/12월 11일>


열린보도-북중 접경지 경계 강화



<앵커>


장성택의 숙청 소식에 중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은 북한의 접경지역에 대한 경계와 감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중국이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을 전후해 접경지역에 대한 치안과 국경 경계수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현지 소식통들은 최근 길림성 연변을 비롯한 중국의 주요 국경도시에서 공안과 국경수비대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유사시를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탈북자 증가 등 돌발사태에 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탈북자에 의한 중국인 살인 사건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져 중국 주민들의 불안이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최근 들어 중국인의 북한관광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 10월부터 지금까지 북한으로 관광을 가는 손님은 10여 명에 불과했다며 예전에 비해 상당히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의 급감은 최근 장성택 숙청사태로 북한 정세가 급변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열린북한방송 정혜영입니다.



<자유조선방송/12월 11일>


주요 보도-노동당 행정부와 산하기관에 대한 대대적 숙청 진행 중


북한 노동당 행정부에 소속된 산하 기관에 대한 대규모 숙청사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11일, 장성택 숙청 사실이 공개된 이후 청진에 있는 함경북도 도당 행정부 부장과 부부장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과 가족들이 보위부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갔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조치는 함경북도뿐 아니라 전국의 각 도당 행정부, 인민보안국, 검찰소 등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관할하던 사법기관 대부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앙당 행정부와 인민보안성은 완전히 초토화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함경북도 청진지구 철도보안서장은 평양 인민보안성에서 시범적으로 공개총살이 집행됐다고 전했습니다.


또 끌려간 이들은 모두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으며 이번 사건의 청산 대상자가 족히 수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번 장성택 계열에 대한 숙청사업은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지시를 받은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무력부 보위사령부가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장성택 숙청사실을 공개한 이후 장성택 일당 숙청을 지지하는 규탄집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하고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자유조선방송 박지민입니다.



<북한개혁방송/12월 11일>


논평-장성택 숙청과 북조선의 앞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시간에는 “장성택 숙청과 북조선의 앞날” 이런 제목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북조선 권력의 2인자로 실권을 누리던 장성택이 40여 년 정치생활을 마치고 숙청되었습니다. 이것은 김정은이 자기의 고모부까지 숙청해야 할 만큼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얼핏 보기에는 김정은이 상대가 누구든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권력기반을 확실하게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김정은 정권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12월 9일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이 지난 8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참석 중 인민보안원 2명에게 끌려 나가는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김정은이 직접 주재한 이 회의에서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북조선 권력의 2인자로 알려져 온 장성택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노동당에서 내쫓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장성택 체포 장면은 김씨 일가의 3대 세습 독재가 인민들의 마음까지 얼어붙게 하는 이런 공포 통치 수단을 통해 이뤄졌음을 전 세계에 보여줬습니다.


지난시기 스탈린, 모택동, 챠우쉐수꾸를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의 모든 독재자들이 피비린 숙청으로 권력기반을 구축하고 유지해 왔지만 김정은처럼 이렇게 공개적이고 잔혹한 수법까진 쓰지 않았습니다. 김일성, 김정일도 많은 사람들을 숙청했지만 텔레비전에 체포 장면까지 내보내며 간부들과 인민들에게 겁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이번에 장성택 숙청 이유를 20가지가 넘는 죄목으로 공개한 것도 주목할 만한 것입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의 고모부를 서슴없이, 그것도 공개적으로 체포하는 것을 두고 간부들과 인민들 속에서 “아무리 그래도 고모 김경희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쇄도할 것을 염려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장성택에게 어마어마한 죄목을 잔뜩 뒤집어 씌워 자기가 오죽했으면 그런 결정을 내렸겠는가 하는 명분을 세우려 했을 것입니다.


김정은은 “장성택 일당은 반당 반혁명적 종파 행위를 감행하고 강성 국가 건설과 인민 생활 향상에 막대한 해독을 끼치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며 장성택의 세력을 ‘종파주의’로 몰아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장성택 일당이 부정부패를 일삼았다”면서 “여러 여성과 부당한 관계를 가졌으며 마약을 쓰고 다른 나라에 병 치료를 가 있는 기간에도 도박장을 찾아다녔다”고 했습니다. 북조선당국이 나열한 죄상을 보면 장성택을 정치적으로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철저히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공개 처형을 비롯한 지금보다 더 처참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제 겨우 서른 살인 김정은과 예순일곱 살 장성택은 처조카와 고모부 사인데도 김정은은 권력을 잡은 지 2년 만에 자기보다 서른일곱 살 많은 고모부를 쫓아내면서 여성 편력과 마약·도박 문제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이것은 제 애비 김정일이 하던 짓을 그대로 따라한 것입니다. 1970년대 김정일도 후계자가 되는 과정에 장애물로 등장한 친삼촌 김영주를 가차 없이 제거해 버렸습니다. 항간에선 김정일이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주면서 이런 공포 정치의 비법을 전수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왕조에선 김일성부터 내려오는 이른바 ‘백두산 혈통’ 외에는 다 곁가지일 뿐입니다. 장성택과 김영주의 운명을 보면 앞으로 북조선에서 어느 누가 자기 앞날을 자신하면서 살 수 있겠습니까.


장성택은 김일성의 딸 김경희와 결혼한 후 지금까지 김씨왕조 가문에 속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온 인물로 그가 감히 숙청될 것이라곤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 경력으로 봐도 많은 경험이 있고 당과 정부, 군대의 모든 분야에 장성택이 심어놓은 인물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번에 장성택 일당이란 표현이 사용된 것만 봐도 그의 영향력 밑에 있는 인물들이 북조선에 쫙 깔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많은 사람들 중 아무도 자신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밤만 자고나면 누가 어떻게 처리되었다는 식의 흉흉한 소문이 상당한 기간 그치지 않을 것이고, 그로부터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 시대에도 그랬습니다. 서관희 농업담당비서를 간첩으로 몰아 처형했던 심화조사건 등으로 숙청된 사람이 무려 2만여명에 달했습니다.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가 망명한 사건으로도 3,0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잘못되었습니다. 하지만 장성택 사건의 경우는 그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장성택과 연관된 인물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장성택을 숙청한 이유는 그가 저질렀다는 죄목과도 연관이 있지만 사실은 장성택의 힘이 너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김정일 사망 후 장성택은 아무런 경험도 업적도 없는 철부지 조카 김정은을 옆에서 거들어주며 자기 입지를 굳혔습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도 집권 초기에 장성택의 방조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김정일이 중풍을 맞은 후 후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성택을 높은 자리에 올려놓은 것은 철없는 막내아들 김정은을 잘 보필해 주기 바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2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김정은은 장성택의 힘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고 김정은 자신도 어느 정도 경험이 생기면서 이제는 홀로서기를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생겼을 것입니다. 장성택을 더 이상 그냥 두다가는 앞으로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초조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북조선의 간부들과 인민들은 김정은이 권력을 완벽하게 장악했다는 자신감에서 장성택 숙청을 감행한 것인지 아니면 거꾸로 이런 충격 수단에 기대야 할 만큼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리영호를 숙청한 데 이어 이번에 장성택을 처리한 것은 권력기반이 강화돼서라기보다 그만큼 도전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북조선 밖에서는 김정은보다 장성택을 북조선의 권력실세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특히 중국과의 관계도 장성택이 없으면 안 된다 할 정도였습니다.


이제 김정은 옆에 남은 실세는 김경희와 최룡해입니다. 그런데 김경희는 이번에 장성택으로 인해 어느 정도 위상이 추락했을 것이고 병세도 깊습니다. 실질적인 힘을 가진 것은 최룡해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 숙청 대상이 최룡해 일 수 있습니다. 최룡해도 간단치 않은 인물입니다. 그가 청년동맹 제1비서 시절부터 어떤 사람이었는지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도 어지간히 부패한 사람이 아니며 권모술수도 뛰어납니다. 장성택의 운명을 본 최룡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며, 김정은도 그런 최룡해를 믿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의심은 배신을 낳기 마련입니다. 이번 사건을 지켜본 모든 간부들과 인민군 지휘관들이 미묘한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김정은 권력이 절대적 안정을 찾는데 이런 정서가 팽배하면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은 자기가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처지인줄로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김일성, 김정일도 정적들에 대한 숙청을 했지만 처지가 달랐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은 인민들에게 신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있었지만 김정은은 다릅니다.


앞으로 숙청을 남발하여 유능한 일꾼들을 계속 없애다 보면 김정은 정권은 무능과 부패로 더욱 허덕이게 될 것이며 결국은 예측할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해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그럼 오늘 이야기를 이만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장성택 숙청과 북조선의 앞날” 이런 제목으로 말씀 드렸습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