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北수해 사망-실종자 최대치 5천명 이내

▲ 수해로 북한 내부 제방이 무너진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20일 북한 수해복구를 위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국내산 쌀 10만t, 시멘트 10만t 등과 민간단체 지원을 포함 2310억여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피해규모도 파악하지 못한 채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적이 나온 데는 정부를 포함해 북한 수해 피해에 대해 신빙성 있는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는 데다 사망자가 수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민간단체의 주장까지 나와 혼란스런 양상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도 발표기관마다 수치가 다르다.

지난 19일 북측이 남북적십자사 실무접촉에서 밝힌 피해 내역은 사망, 실종자 수에서 ‘좋은 벗들’ 등 국내 민간단체와 내부소식통이 파악한 내용과 수 십배, 많게는 수 백배 차이가 난다. 5백여명 설에서 5만명 설까지 차이가 엄청나다.

북한 사회의 폐쇄성과 정보 통제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극단적인 정보의 갭(gap)은 외부사회의 대북접근에 혼란을 가중시킨다. 일단 논란이 가장 큰 북측 수해 사망, 실종자 숫자를 통해 이번 수해 피해의 규모를 추산해볼 필요가 있다.

조선신보는 지난달 14∼16일까지 내린 폭우로 사망, 실종자가 488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후 2차 집중 호우가 내린 다음 이달 7일에는 북한 자료를 인용했다는 것을 명시하면서 사망자 549명, 실종자가 295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9일 남북적십자사 실무접촉에서 북측 관계자는 150명 수준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조선신보는 일본 조총련 기관지로 북측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북측 적십자사가 이와 다른 발표를 낸 것은 스스로도 정확한 통계가 없거나,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가 안돼 있음을 말한다.

북한 내부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적십자연맹(IFRC)의 알리스테어 헨리 동아시아 담당국장은 북한당국이 8월 초 151명 사망, 29명 실종 사실을 알려왔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수해피해에 관련해 엄청나게 과장된 사실이 나돌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사)좋은벗들은 16일 소식지를 통해 이번 수해로 5만4천700여 명의 사망, 실종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2천∼3천명의 추가 인명피해까지 예상했다.

북한 당국, 책임회피 위해 정확히 발표 안해

북한은 대형참사가 발생해도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아왔다. 지난 4월 함경남도 고원에서 수백명이 사망한 대형 열차사고 소식도 발표하지 않았다. 이 사고는 현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피해 사례가 바로 발표된 지난해 용천폭발 사고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간주됐다.

한 탈북자는 “북한 당국이 사고 피해를 바로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 이유는 대형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져 민심이 흉흉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사고와 뒷수습에 대한 책임을 당국이 지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현재 북한 내에는 이번 수해로 인한 사망자가 10만명에 이른다는 소문까지 있다. 북부지역과 압록강 유역은 수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장사꾼들과 주민들의 입을 통해 중부지방의 피해사실이 북부로 전해지면서 피해규모가 커지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수해가 집중된 평안남도 신양, 양덕, 성천군과 비교적 가까운 문덕, 숙천 지방에서는 이번 큰물로 5천명이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수해지역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평양시에서는 이보다 작은 2∼3천 규모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단체에서 최대 1천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한 평안남도 양덕군은 최대 수해지역도 아닐 뿐더러 사망자 숫자는 실제 2백여명 이하인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가장 피해가 심했던 지역은 신양군으로 이 지역은 주변 성천과 양덕에 비해 지대가 낮아 군(郡) 일부가 몽땅 물에 잠겼다는 소식이다. 신양군은 사망자가 계속 늘어 최근에는 실종자를 포함 400여 명에 육박한다는 소식이다.

신양군에서 복구공사에 참여한 모 연합기업소 당위원회 간부는 “복구 작업에 나선 지역에서 산 밑에 사는 인민반 50명 중 절반이 날라갔다”면서 “저지대는 물에 잠겨 미처 못피한 사람들이 많이 죽어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복구작업에 참석한 간부들 사이에서 전국적으로 피해가 3-4천명 정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모른다고 했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 매체가 복구 소식을 전하면서 대표적으로 신양과 성천, 신양과 양덕을 잇는 다리가 복구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을 통해 간접 확인됐다. 평안남도 신양군과 양덕군 주변지역의 피해 규모는 이 지역을 기준으로 10%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최대 피해지역인 평안남도 신양군 일대, 자강도 희천시 일대 사망자를 기준으로 함경남도 요덕군 일대, 황해북도 일대, 강원도 김화 일대 피해지역의 사망자를 추산해도 사망, 실종자는 최대치 5천 명이 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자강도 희천시에서 한 마을 50가구 정도가 토사에 묻혀버린 피해까지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번 북한 수해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사망자가 수천명이냐, 수만명이냐에 따라 지원을 하고 말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내부 정보에 대한 정확한 전달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민간단체의 대북 정보에 대한 신빙성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내부에서 통제하는 정보일수록 꾸준한 관찰과 복수 확인이 필요하다.

이번 북한 수해는 북한 사회의 폐쇄성과 그에 따른 정보의 난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될 전망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중국 단둥(丹東)= 권정현 특파원 kj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