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시 여자들은 밤거리 다니지 말라”

▲ 중국 싼허에서 바라본 함경북도 회령시내 전경 ⓒ데일리NK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각종 범죄가 난무해 여성들이 밤길을 다니지 못할 정도로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22일 알려왔다.

소식통은 “인민반회의에서 주민들은 되도록이면 밤 늦게 이동을 자제하고, 특히 여자들은 일찍 집에 돌아가도록 포치(지시)했다”면서 “대부분 범죄는 건설 사업을 위해 외지에서 파견을 나온 군인들에 의해 저질러진다”고 말했다.

회령시는 올해 초부터 ‘어머니의 고향꾸리기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아파트건설과 도로확장공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해왔다. 회령은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의 고향이다.

특히 올해 김정숙(1917∼1949년)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장군님(김정일)을 회령에 모시자’는 구호까지 내걸고 각종 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형상화 한 모자이크 벽화가 회령시 대덕리와 풍산리에 건립된 바 있다.

5월 초에는 신임 김영일 총리가 회령을 방문했다. 당시 김 총리는 기차에 한국산 유리 1빵통(기차 1량), 시멘트 3빵통을 싣고 와서 회령시 인민위원회에 전달하고, ‘회령은 김정숙 어머니의 고향인 만큼 온 도시를 깨끗하고 모범적으로 꾸리라’는 지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회령시에서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되면서 근로 인력이 부족하자 북한 당국은 지난달 초부터 회령-청진 도로 확장 및 포장 공사에 인민군 건설부대인 공병국 군인들을 투입했다. 그런데 이 공병국 소속 군인들의 주민 재산 약탈과 부녀자 성폭행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

소식통은 “도로공사에 공병국 군인이 들어오면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를 않고, 범죄행위까지 발생해 시당위원회에서도 속이 끓고 있다”면서 “10월에는 공사 현장 주변 옥수수 농장이 수확철인데도 옥수수가 남아돌지 않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고 전했다.

병사들이 상시적인 배고픔에 시달리다 보니 농장밭을 집단으로 습격하고 있다는 것. 소식통은 병사들의 약탈이 농장에 그치지 않고 살림집까지 털어 주민들이 한시도 집을 비우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시당위원회에서는 병사들에게 혐의가 있는데도 구체적인 물증이 없고, 군인들의 위세가 커 함부로 조사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며칠 전에는 집을 털려고 들어왔던 병사가 집에 있던 스물두 살 처녀를 강간하고 달아나는 사건도 있었다”면서 “군인들의 피해를 막자며 마을별로 인민반 경비초소에 사람을 상주시키고 일이 발생하면 보안소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저녁 늦게 장마당에서 귀가하는 여성이나 야시장(저녁 시장)을 보는 주민들의 피해가 커서 급기야 회령시 보안소에서 순찰대를 늘리고 주민들에게는 규찰대까지 조직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국내 입국 한 탈북자는 “인민군대가 주민들의 흠모를 받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도적떼로 취급받고 있다”면서 “워낙 횡포가 심하다 보니 군부대 주변에는 주민들과의 충돌이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