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시 3천가구 강제이주說 왜 나오나?

▲ 중국에서 바라 본 회령 시내 ⓒ데일리NK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김정숙 탄생 90주년’을 맞아 김정일의 회령 방문을 추진하기 위해 성분이 좋지 않은 주민 일부를 강제 이주시킬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령시는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의 고향으로, 오는 12월 24일이 김정숙 탄생 90주년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12월에도 ‘김정숙 어머님 생신 90돌을 맞아 회령시를 깨끗하게 하라’는 지시와 함께 불법 월경과 체제문란 행위를 근절하라는 방침을 내린 바 있다.

또한 올해 김정숙 탄생 90주년을 맞아 ‘장군님(김정일)을 회령에 모시자’를 구호를 내걸고 김정일의 회령 방문을 준비하는 각종 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회령시 도시 건설대와 함경북도각지에서 올라온 노동자로 구성된 돌격대가 아파트를신축하고 도로를 정비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회령시 소식통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민들 사이에 ‘시당위원회가 ‘김정숙 어머니 탄생 90주년’을 맞아 장군님(김정일)을 모시기 위해 성분이 좋지 않은 3천 세대 이상의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3천 세대는 4인가족 기준으로 총 1만 명이 넘는 규모다. ‘3천 세대’ 규모 추방설은 주민들 사이에 풍설(風說)로 돌고 있는 것으로 아직 구체적인 방침이 확인되지는 않았다. 소식통은 주민들의 공포감이 담겨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회령은 김정숙(1917~1949년)의 고향이지만, 변방인 북동 지역에 위치해 있어 성분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90년대 식량난 시기 이후에는 중국 등 외부세계의 정보가 가장 많이 유입되었으며, 대표적인 탈북 루트로 알려져 있다.

이 소식통은 “당위원회 주변에서는 3천 세대를 강제 이주시킨 뒤, 평양 주변 구역 주민 3만 명을 데려오겠다는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며 “평양 시민을 이주시키는 것은 회령시 당위원회 권한 밖의 일이므로 중앙당 차원에서 일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회령시 주민들은 이같은 소문이 나돌자 ‘그 많은 사람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면 시당 책임비서는 나무하고 사업할 것인가’라고 성토한다고 한다.

회령 출신 탈북자 임순옥(가명. 2006년 입국) 씨는 “함경도 쪽은 아무래도 민심이 나라를 많이 떠나 있다”며 “김정일에 대한 불만이 높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만큼 이런 소문을 퍼뜨려 사람들을 단속시키려고 하는 것일 뿐 실제로 고향에서 쫓아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북한 당국이 의도적으로 악성 루머를 퍼트려 주민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경우도 많아 이번 소문의 진위는 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회령시에서는 김정숙 생일 행사 때문에 특히 검열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북지원단체 좋은벗들은 6일 배포한 소식지에서 “최근 국가부위부 탐지국 검열원들이 회령시에 내려와 대대적으로 손전화기(핸드폰) 탐색을 하고 있다”며 “이들은 휴대용 탐지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가정집을 수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도로정비나 아파트 건설, 페인트 칠 같은 환경 정비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러나 “주민들은 장군님이 오든지 말든지 먹을 것이나 많이 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