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 망향 보안지서 방화…2명 탈주”














▲ 사리원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도로상에서 안전원(경찰)과 써비차(일명 달리기 차, 돈을 받고 사람들을 태워주는 장사차량) 운전사가 주먹질을 하고 있다.ⓒ니혼TV화면캡쳐
북한 내에서 보안지서(파출소·구 분주소)에 불을 지르고 간이 구류장에 있는 죄인들을 탈출시킨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달 12일 함경북도 회령시 망향동에 소재한 망향 보안지서에 괴한이 불을 지른 틈을 타 간이 구류장에 있는 밀수 혐의자 2명이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내부 소식통이 21일 알려왔다. 달아난 탈주자들은 모두 20대 후반의 젊은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과 밀수 관련 일을 해오던 중 한 주민의 신고로 밀수품 보관 현장이 발각돼 이날 보안원들에게 긴급 체포됐다. 이들은 보안서로 이동해 예심 여부를 심사 받기 이전에 보안지서에서 대기하던 중이었다.

이날 저녁 10시경 보안지서 무기고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나자 보안원들이 긴급히 진화에 나섰다. 이 틈을 타 밀수범들이 간이 철창을 부수고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망향 분주소는 회령 전체에 비상을 걸고 추적에 나섰지만 검거에 실패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보안지서는 우리의 파출소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보통 보안원 15명이 근무하면서 지역 치안과 주민 감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야간에는 당직 근무를 포함해 2∼3명만 근무한다.

보안지서는 체포한 피의자에 대한 진술서를 작성하고 보안서(경찰서)로 이송하기 전 대기시키기 위해 간이 구류장을 운영한다. 보안지서에서 조사를 마친 피의자는 보안서로 넘겨져 수사과 대상인지, 감찰과 대상인지를 분류한다. 본격적인 수사는 보안서 예심과에서 진행한다.

소식통은 “최근에 국경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당국이 엄하게 처벌하니까 붙잡힌 청년들이 겁을 먹고 큰 일을 저지른 것 같다”면서 “분주소에 그런 짓을 하면 모가지가 달아날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탈출 이후 도강해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망향 보안지서 탈출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회령에 있는 오산덕 보안지서에서도 3명이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죄인들은 쇠톱으로 철창 창문을 자르고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산덕 분주소는 회령시 송천동 김정숙 동상 근처에 있는 시내 중심구역이다.

오산덕 보안지서 탈출자들도 밀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평소 해당 보안서의 요시찰 대상들로 밀수혐의에 대한 수상한 낌새가 발견되자, 일단 분주소에서 체포해 가택수사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옛날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이지고 있다”면서 “회령은 중국으로 도망가기에도 유리하고, 이런(밀수범) 사람들은 중국에 가서도 보호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경 근처니까 탈출해서 중국으로 넘어갈 생각을 한 것 같다”면서 “내륙같은 곳은 이런 일이 발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90년대 식량난을 거치면서 보안원들이 노골적으로 뇌물을 받고, 비리를 저질러 권위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고, 돈 없으면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주민들이 보안원들과 멱살을 잡고 싸우는 모습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러한 분주소 탈출 사건은 북한 당국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내부에 일탈행위가 만연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