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비관’ 북한 협동농장 관리위원장 부인 분신자살

평안북도의 농촌 풍경. 한 북한 일꾼이 농사일을 멈추고 잠시 쉬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최근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에 있는 협동농장 관리위원장 부인이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으로 현장에 있던 남편 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은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달 초 온성군 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의 부인이 현실을 비관하다 몸에 불을 붙여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옆에 사람이 있었음에도 휘발유를 끼얹어 불을 질렀기 때문에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이었던 남편이 비리로 철직·해임됐는데 이 때문에 현실을 비관하다 분신자살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지난여름 온성군 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의 부정부패 행각이 발각돼 농장원으로 추방 명령을 받았다”며 “간부 아내로 나름 떵떵거리면서 살다가 갑자기 농장원으로 신분이 추락하고 파산하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관리위원장이 추방당하면서 살림집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했는데 홧김에 몸에 불을 질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새로운 관리위원장이 왔고 원래대로라면 살림집을 내주고 바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살림집을 인계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을 일어났다”며 “부인이 홧김에 (몸에) 불을 질렀을 것이라고 주위에서 말들이 많았다”고 부연했다.

북한의 살림집 법 제30조 5항에 따르면 “국가가 협동농장에 지어준 살림집과 협동단체 소유의 살림집은 농장에 직접 복무하는 농장원, 로동자, 사무원에게 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직위에서 해임되고 추방된 전임 관리위원장은 신임 관리위원장에게 집을 넘겨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소식통은 “사랑하는 부인과 명예와 살림집까지 모두 잃은 관리위원장은 현재 농장원으로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며 “다만 주변 사람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등 충격에서는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은행이 지난 10월 발표한 2018 세계 국가 관리 지수(World Governance Indicators 2018)에 따르면 북한은 ‘부패통제’ 점수가 -1.48로 전체 조사 대상 209개국 중 200위를 기록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해임된 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은 곡물을 착복하거나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주다 들켜 철직·해임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