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은 적을 벗으로 착각하고 고통잊는 마취약”

“김정일을 이용해 노벨평화상 수상한 김대중은 김정일의 ‘비범한 재능’ 지닌 민족적 형제”

1997년 2월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북한민주화동맹 위원장(전 북한노동당 비서)이 이달 20일 출간되는 ‘황장엽 회고록'(시대정신刊)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황 위원장은 회고록에서 “김정일은 자만에 도취한 나머지 자기보다 월등하게 수가 높은 김대중 씨 같은 위인(?)이 남한에 존재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고 말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김정일 못지않은 ‘위인’으로 평가했다.

그는 “김대중 씨는 김정일 독재집단과의 민족공조를 주장하는 데서 민족주의자, 평화주의자, 민주주의자의 간판을 서슴없이 내걸었다”고 비판했다.

“김대중 씨는 민족공조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왔다고 자화자찬한다”며 “민족반역자와 민족공조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햇볕정책에 대해 “적을 벗으로 보고 안심하게 되어 아픔을 잊어버리고 잠들게 하는 마취약”이라고 규정했다.

또 “김대중 씨는 대한민국의 존엄 있는 대통령으로서 대담하게도 국민까지 속이면서 막대한 외화를 김정일에게 넘겨줬다”며 “김정일이 핵무장을 강화하고 남한 인민에게 더 큰 군사적 위협을 주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추진에 대해서도 “우리 범인(凡人)들이 상상할 수 없는 오묘한 전략적 이익이 타산되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김대중 씨는 김정일을 이용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고 말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불세출의 속임수의 대가도 절대로 역사를 속일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 책은 99년 출간된 황 위원장의 첫번째 회고록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의 개정판으로 한국에 온 지 10년이 지난 후 한국 사회에 대한 경험을 담았다.

그는 이번 회고록에서 망명 당시의 결심이 남한사회의 특성과 햇볕정책으로 좌절된 일과 한국의 발전된 모습에 감탄했던 경험 등을 두루 적었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좌우갈등, 인간중심철학과 인류의 발전방향 등에 대한 그의 견해도 읽어볼 수 있다.

황 위원장은 “김정일 독재정권을 제거하기 위한 사업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소중한 10년을 속절없이 흘려보내고 말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는 죽을 권리도 없다. 마지막 힘을 다해 투쟁할 의무만이 있을 뿐”이라며 여생을 북한민주화를 위해 보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