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북 무산광산에 무슨 일이? 주민들 “고난의 행군 시기 같아”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일대 마을 풍경. /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의 최대 철광석 생산지인 함경북도 무산광산이 최근 사실상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제재 등의 여파로 광물 수출이 제한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다 결국 가동을 멈췄고, 이에 광산 노동으로 벌이를 하던 무산 지역 주민들이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에 “7월에 (가동이) 중단됐고, 배급도 끊겼다”며 “최근 함경북도에서 (무산이) 제일 어려운 지역으로 선정됐고, 도에서 ‘다른 지역 주민들이 좀 도와줘라’라는 지시까지 하달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함경북도 소식통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무산광산이 지금 안 돌아가고 있고, 배급도 전혀 없다”며 “생활이 어려워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떠돌이 신세가 된 경우도 많아,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 시기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무산 지역은 ‘고아천지’라고 불릴 만큼 아이들이 길가에 나앉아있는 등 부모가 자식을 두고 달아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도(道)당에서는 무산 지역의 고아들을 모두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구역에 있는 중등학원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무산광산의 가동 중단 징후는 현재 중국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무산광산에서 난 철광석을 주로 수입해 쓰던 일부 중국 제철소들이 공장을 돌리지 않고 있다는 것.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중국에서 북한산 철광석이 수입돼 쓰였는데 부동산 침체와 대북제재 때문에 운영을 중단한 제철소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면서 “북한이 철광석을 팔면 중국은 쌀과 옥수수, 기름 등 현물을 넘겨줘 노동자들이 이를 월급 대신 받았는데, 이제는 거래가 없으니 고난의 행군이 생각날 정도로 힘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을 촬영된 함경북도 무산광산 주변 마을 모습. 강가에는 세정 작업을 앞둔 철광(노란선 안)과 세정 작업에서 걸러진 버럭(빨간선 안)이 쌓여 있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다만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무산광산 건너편에서 보면 검정물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근거로 여전히 무산광산이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철광석을 캐낸 뒤에는 표면에 묻은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물에 깨끗이 헹구는 기초적인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 물이 검게 변해 광산 주변으로 흘러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광산 주변의 물 색깔을 보면 현재 가동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지난해 가을 무산광산 주변 마을에서 철광분말을 건져내기 위한 세척 작업 현장을 포착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인업자들이 당국의 묵인 하에 철광석을 따로 빼내 물에 씻는 작업을 하고 밀매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어, 검정물이 흐른다는 것만으로 무산광산이 돌아가고 있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실제 우리 정부 관계자는 현재 무산군의 상황에 대해 “배급이 3개월 째 중단된 게 맞다”며 “(무산광산) 생산도 거의 중단된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해 말까지 무산광산에서 일했다는 한 탈북민은 “당시에도 10개 중에 3개 정도가 가동되는 등 전반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2개월에 한 번 정도 배급을 줘서 광산에 출근하는 노동자들도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무산광산은 한 때 ‘나라의 보배’로 불리며 연간 1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으나, 만성적인 전력난과 가뭄·홍수 등 자연재해에 더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광물 수출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생산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