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평화원정대’는 ‘망신원정대’인가?

▲ <북한인권국제대회-서울>당시 열린 사진전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북한의 인권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90년대 중반 대량 아사자가 발생하고, 수십만이 넘는 탈북자가 중국을 떠돌고 있을 때도 북한의 인권문제는 IMF경제위기와 대량 실업문제 등으로 인해 세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근 몇 년 사이에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북한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일관된 노력과 열악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활동해온 국내 북한인권 NGO의 노력의 산물인 동시에 우리 국민들의 인권의식 성장이 가져온 결과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작년 12월 <북한인권국제대회-서울> 행사를 통해 북한인권에 대한 변화된 국민들의 정서가 유감없이 표출됐다. 그리고 올 3월 22일부터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열려, 그동안 북한인권 개선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유럽에 잔잔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던져줄 것으로 기대한다.

평화를 위협하러 떠나는 ‘평화원정대?’

하지만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세계적 흐름이 모든 사람들에게 기쁜 일만은 아니 듯하다. “인권문제 운운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 압박을 위한 정치적 의도”라며 “공화국에서는 인권문제가 있지도 않고 있을 수 없다” “ 탈북자들은 조국을 배신한 자들이며, 유괴범들에 의해서 납치된 사람들로 탈북을 해서도 결코 행복하지 못하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북한당국이 그 첫 번째다.

그런데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통일연대와 한총련 등이 북한 당국의 ‘이제 질릴 때도 될 법한’ 반주에 계속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북한의 입장을 앞 다투어 뇌까리는 것은 백번 양보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덕분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벨기에에서 열리는 북한인권국제대회가 다시금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북한 정권의 선전 메시지를 유럽에 전달하기 위해 이른바 <평화원정대>라는 ‘사절단’이 결성되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한국에서도 상영된 영화 ‘반지의 제왕’의 <반지원정대>를 본 딴 듯하다. 반지원정대는 악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노력했다지만, 이들 <평화원정대>란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집단인가?

북한인권대회 방해와 저지를 위해 각자 13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비행기까지 타고 가 인권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또 무슨 나라 망신을 사겠다는 것인가? 북한주민에게 거주 이전의 자유를 주고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과 권리를 주장하는 인권대회가 ‘평화를 위협한다’는 궤변은 대체 무슨 근거가 있는가.

김정일 몰락하면, 함께 무너질 것 뻔해

게다가 또 특기할 만한 일이 있다. 그들의 행사에 벨기에 노동당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벨기에 노동당은 스탈린주의에 입각한 공산주의를 강령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당이다. 벨기에 노동당은 이미 존재의미를 상실하고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시민들로부터 완전히 왕따가 되어버린 당이다.

물론, 한때는 노동당이 적어도 1석 이상은 차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탈린 독재가 막을 내리면서 그들과 함께 했던 정치세력은 거의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통일연대와 한총련은 잘 봐야 한다. 벨기에 노동당은 통일연대나 한총련 같은 세력과 공동의 행사를 통해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자 하겠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유럽사회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통일연대와 한총련은 벨기에 노동당의 몰락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스탈린주의 독재정권의 종식과 함께 벨기에 노동당의 존재도 함께 몰락했다는 것을. 그리고 종말을 향해 가고 있는 김정일 정권의 몰락이 통일연대와 한총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김익환/북한인권학생연대 대표

※ 대학생 웹진 바이트(www.new-leaders.com)의 양해를 구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