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단속 고삐 죄는 北…주민에 노골적 뇌물 요구도

단속반에 IT 전문가 및 청년동맹 지도원 포함...소식통 "실태 반영한 듯"

2018년 8월 촬영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 사진=데일리NK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한류 콘텐츠를 접하는 행위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외부 영상물 단속 전담조직인 ‘109상무’를 중심으로 검열이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이들은 관련 행위 적발 시 주민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돈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지난 10일 새벽 5시경, 삼수군 읍 농장의 7세대가 남조선(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던 중에 109상무 단속에 걸렸다”며 “109상무는 단속 과정에서 메모리와 컴퓨터를 전부 회수해 갔다”고 전했다.

비교적 경계가 느슨한 새벽 시간에 단속이 행해졌다는 점에서 이른바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북한 당국의 검열과 단속이 꽤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소식통은 “이번 단속반은 군(郡) 보안서 감찰과 지도원과 군 당위원회 소속 컴퓨터 전문가, 군 청년동맹 불량청소년지도원으로 구성됐다”면서 상무조의 조직구성 측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특징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국가보위성(우리의 국가정보원과 유사), 인민보안성(경찰), 검찰소 등에서 차출된 인원으로 단속반이 구성되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이번에는 특이하게 컴퓨터 전문가와 청년동맹(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지도원이 포함됐다는 것.

이는 이동식저장장치(USB)와 노트컴(노트북)을 통한 영상물 시청이 활발해지고 있는 경향과 일명 ‘장마당 세대’라 불리는 청년층이 한류 문화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당국이 이 같은 사회적 흐름을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한편, 109상무는 이번 단속에 걸려 봐달라고 사정하는 주민들에게 ‘14살 이상부터는 교화를 가야 한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중국 돈 1000~2000위안(한화 약 17~34만 원)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실제 소식통은 “109상무 성원들은 안면이 있는 주민들에게 ‘우리 조가 3명이고 숙제(과제)도 있고 해서 500원(위안)이나 1000원 정도로는 봐주기가 어렵다. 최소 1500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면서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영상물 시청 및 유포 행위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 강화 분위기에 검열조직의 노골적인 뇌물 요구까지 이어지자 ‘대북제재 여파에 따른 자금난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단속이나 검열 과정에서 주민들로부터 받은 뒷돈을 통치자금으로 흡수시키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단속요원들이 고만한 또래 아이들이 있는 집만 골라가며 들이치곤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북한 주민들은 검열조직이 단속에 걸릴 만한 세대 즉, 외부 영상물을 시청할 개연성이 있는 세대만 수색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단속이 강화되더라도) 아이들은 보지 말라면 더욱 기를 쓰고 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북한 당국은 현재 주민들의 사상이완과 체제 이탈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에서 비사회주의 현상에 대한 경계심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일환에서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외부 영상물 시청·유포 행위를 단속하고 엄격한 처벌도 내리고 있지만, 외부 영상물에 대한 북한 내부 주민들의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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