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하우스, 비정치적 인권 NGO”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73주년을 기념해 서울에서 개최되는 ‘북한인권국제대회’는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가 공동 주최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프리덤하우스는 지난 7월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인권국제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서울대회는 프리덤하우스가 국내 단체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두 번째 북한인권 국제회의인 셈이다. 서울 대회를 마무리 하고 내년 초 벨기에 브리쉘에서 세 번째 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대회를 두고 미국의 ‘대북 압살정책’에 편승한 대회란 표현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이번 대회를 공동주최하고 있는 프리덤 하우스에 대한 무지(無知)에서 비롯된다.

반대로 프리덤 하우스의 활동을 정확히 이해하게 된다면, 국내 인권단체들의 우물안 개구리식 ‘북한인권’관(觀)을 깨우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0년간 전 세계 인권향상 앞장서 온 ‘프리덤하우스’

먼저 프리덤하우스의 탄생 과정과 걸어온 길을 살펴보자.

▲ 7월 워싱턴에서 개최됐던 ‘북한인권국제대회’

프리덤 하우스는 미국 제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영부인 엘라노어(Elanor)를 포함해 웬델 윌키스(Wendell Wilkies) 등 인권운동에 헌신해온 저명인사들에 의해 1941년 미국에 세워진 비영리, 비정치 재단이다.

루즈벨트 영부인은 백인들 절대 다수가 흑인문제에 무관심했을 때 미국 흑인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큰 공헌을 하였다.

이들은 미국의 외교정책이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자유의 신장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세계 각국의 공정한 선거 및 민주주의를 위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마샬 플랜과 나토창설을 지지했다.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미국의 공민권 운동을 지지했으며, 베트남에서 탈출한 보트피플을 지원했다. 폴란드의 솔리다리티 운동과 필리핀의 반(反) 마르코스 투쟁을 성원했다.

현재 프리덤 하우스는 동구권 민주화,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지표에 관한 연례보고서 발표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192개 국가와 18개 분쟁지역의 민주화 정도를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로 분류해 면밀히 측정한다. 정치적 권리로는 선거권, 참정권을 조사하고 시민권은 사상과 조직의 발전도, 국가 불개입, 정교분리의 정도 등을 조사한다.

여기서 1부터 7까지 등급화한 후 1-2.5까지를 F(Free, 자유국가), 3-5.5는 PF(Partly Free, 부분적 자유국가), 5.5-7은 NF(Not Free, 비자유 국가)로 분류한다.

최근 발표된 ‘2005년 세계의 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정치적 자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북한은 정치자유, 시민자유 모두 최하등급인 7등급을 받아, ‘비 자유국’으로 분류됐다.

▲전 세계 국가를 자유국, 부분자유국, 비 자유국으로 분류한 지도

북한, 34년간 최저자유국 판정

북한은 연례보고서가 발간되기 시작한 1972년부터 올해까지 계속해서 최저 자유국으로 분류됐다.

연례보고서 자체가 갖고 있는 강제력은 없지만, 직간접적으로 해당 국가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국 또한 과거 군사독재 기간(유신통치기인 1972~73년, 1976~77년) 동안 비 자유국으로 지목돼, 세계 인권운동가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70~80년대 재야 민주화운동 인사였던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는 “(프리덤하우스가) 한국 내 민주화 운동을 직접 지원하지는 않았었지만, 미국 내에서 나름대로 유신정권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그런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는 알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친북단체들에서는 60년 전통을 가진 국제적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북한인권을 거론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시각을 앞세우고 있다.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프리덤하우스의 활동은 잘 모르겠지만, 이번 겨울 북한인권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한국사회 내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접근은 민감한 사안이므로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평가를 유보했다.

공화-민주 아우르는 비정치적 인권단체

이 관계자는 “일부 단체들만이 참가하고 있고, 탈북한 지 오래된 분들이 최근의 북한 상황인 것처럼 증언하고 있다”며 대회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최근 미국에서 북한인권법 통과에 따른 일련의 조치가 취해지는 등 어떠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프리덤하우스가 미국 단체란 것에도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프리덤하우스 북한인권담당 구재회 국장은 “프리덤하우스는 미국에서 가장 비정치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 인권 NGO중 하나”라며 “공화당과 민주당을 아우르며 인권에 관한 이슈를 국제적 아젠다로 부각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구 국장은 “북한 이외에도 비민주적 국가를 담당하는 부서에 5~60명 정도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고, 그 국가들의 인권향상을 위한 국제대회도 개최하고 있다”며 프리덤하우스가 북한 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 모든 비민주국가들의 인권향상을 위해 활동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