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유지되는 권력은 오래갈 수 없다

지난 11월 중순쯤, 함경남도 검덕광업연합기업소 노동자로 근무해온 여성과 그 남동생, 그리고 나이 든 부모 등 일가족 네 명이 체포돼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끌려간 여성은 갱도 탄차와 인차의 입출입이나 발파 신호를 기계 조작자에게 알리는 신호수였고, 남동생은 연합기업소의 각종 선전 그림을 그리는 미술원이었습니다. 끌려간 가족 4명은 평양 출신으로 7년 전 이곳으로 추방돼 보위기관의 집중 감시를 받아왔습니다.

지난달 15일, 새벽 2시, 국가보위성 소속 보위원 2명, 연합기업소 소속 보위원 2명, 그리고 짐을 나를 일꾼 2명이 이 가족의 집에 들이 닥쳤습니다.

체포도중, 여성이 ‘장군님 식솔’, ‘장군님 따라 천만리’, ‘충성의 한길로’라고 쓴 서예지 3장을 수용소로 가져가겠다고 버텼습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입니다. 보위원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실랑이가 벌이졌고, 서예지가 찢어졌습니다. 당황한 보위원들은 주먹과 발로 여성을 폭행하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가족들은 세간 살이도 챙기지 못하고 소금 한 봉지만 들고 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그 가족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 해도, 한 인간을 평생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수용소로 비밀리에 끌고간 것은 반민주적이고, 반인도적인 범죄입니다.

첫째, 여성과 그 가족을 재판도 없이 한 밤중에 몰래 끌고 간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인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한 것입니다.

죄형법정주의란 범죄와 형벌은 법으로 미리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근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입니다. 설사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할 행위를 했다도, 법률이 범죄로 규정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으며,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법이 정한 처벌 외에는 부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인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 권력을 제한한 원칙이며, 오늘날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원칙이기도 합니다.

만약, 그 여성과 가족에게 죄가 있다면, 당국은 그들이 어떤 법을 얼마나 위반했는지 공개적으로 밝히고, 그 법이 정한 처벌을 부과하면 될 입니다.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리지도 않고, 도둑고양이처럼 밤에 몰래 집에 쳐들어가 체포하고, 정치범 수용소로 끌고 간 것은 반민주적인 폭력입니다.

둘째, 다른 사람이 지은 죄 때문에 죄 없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여성의 늙은 부모는 죄를 지은 것도 아닌 데, 딸 때문에 끌려간 것으로 보입니다. 연좌제 처벌을 받은 것입니다. 봉건주의를 반대하고 사회주의를 건설했다는 나라에서 봉건시대의 잔인한 연좌제 처벌을 버젓히 자행한 것입니다. 당국이 스스로 사회주의의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전체주의적인 봉건통치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인민들과 세계인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21세기에 인민들을 불법 체포해 정치범수용소로 끌고가는 수령독재체제와 김정은 정권의 맨 얼굴을 지켜보았습니다. 충격과 분노를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폭력으로 유지되는 권력은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인민들에 대한 불법적이고 반인도적인 체포와 구금을 중단하고, 정치범 수용소를 즉각 해체하며, 모든 수용자들을 석방해야 합니다. 정치적 폭력과 수용소를 그대로 둔다면,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과 협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