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을 전략적 목적 달성에 악용하는 김정은 신년사

무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는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과 화목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지난 1월 1일 김정은은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2013년부터 6년째 계속되고 있는 행사인데요, 올해 신년사에서도 김정은은 진솔한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히기보다는 한국의 국가적 행사인 평창 동계올림픽을 자신의 전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계산으로 저울질하는 기만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북한 당국은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전 방위적인 제재와 압박에 커다란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지난해를 회고하면서 ‘최악의 난관’이란 표현을 썼을 정도입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생존을 위협하는 제재와 봉쇄의 어려운 생활’도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미국에 대해 전투적인 적개심과 공세적인 위협을 계속할 것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김정은은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실전 배치 가능성까지 위협하며 미국을 자극했습니다. ‘핵’이라는 단어를 22번이나 언급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한 군사적 호전성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북한의 경제적 타격과 심각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김정은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효과를 분산시켜야 할 필요성이 절실했습니다. 김정은의 눈에 들어온 건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난관의 극복이었습니다. 여기엔 남북관계를 개선시켜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려는 진솔함은 없었습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북한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와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나 파격적으로 보인 김정은의 언급은 아무런 대가 없이 민족의 경사를 축하하는 발언이 아니었습니다. 김정은은 “남조선(한국) 당국은 미국의 무모한 북침 핵전쟁 책동에 가담하지 말라”고 하면서 “미국이 아무리 핵을 휘두르며 전쟁 도발 책동에 광분해도 이제는 우리에게 강력한 전쟁 억제력이 있는 한 어쩌지 못할 것이며, 북과 남이 마음만 먹으면 능히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긴장을 완화시켜 나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김정은의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김정은은 한국에게는 관계개선의 추파를 던지고 미국과는 대결 구도를 강화하면서 한미관계의 틈새를 벌려 대북제재의 효과를 희석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에 북한 대표단 참가 가능성 시사, 판문점 대화 채널 복구 등은 그와 같은 전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을 희구하는 순수한 열정을 이용하려는 책략에 다름 아닙니다. 김정은은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며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지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신년사에 담기도 했습니다.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한미 양국의 심리를 이용하여 양국의 군사력을 이완시키고, 그 사이에 자신은 화성 계열의 중장거리 미사일의 완결성을 달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 CNN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수일 내에 미사일 발사 실험이 가능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볼 때 평창올림픽에 북한 대표단 파견, 남북 당국자 회담 개최 가능성 등을 시사한 김정은의 신년사는 현 국면의 위기를 타개하고, 한미관계를 이간질시키며,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적 계산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진정으로 민족적 위상을 언급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면, 핵/미사일 개발부터 단념해서 한국에 군사 위협을 부과할 생각이 없다는 점부터 확실히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행동보다 말이 우선하는 이런 식의 신년사에서 우리는 김정은의 진정성을 읽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