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도 전력난 심각…김일성 생일 선물 생산도 차질”

소식통 "수도 공급도 차질...불만과 불안감 확산 중"

북한 야간 조명
극심한 전력난으로 평양시에도 전력 공급이 제한되고 있는 가운데 김일성 김정일 동상 등 사적지에는 전기 공급이 계속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전력 및 물자 공급 우선 지역인 수도 평양마저도 하루에 한 시간만 전기가 들어오는 등 전력 사정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여파가 평양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의 불안정한 전력 공급은 올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 14일 북중 국경지역에 나온 평양의 한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전력난이 점점 심각해져 이제는 밤이 되면 천지가 컴컴하다”하다며 “하루에 한 시간도 전기 공급이 안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해에는 그래도 당이 화력으로 인한 전기 생산을 선전하기도 했고 제재 때문에 석탄 값도 눅어(싸서) 화력으로 전기를 생산해 비교적 많이 보장해줬지만 올해 들어서는 전기가 오지 않다시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대북 제재로 석탄 수출 수출길이 막히자 전력 생산 등 내수에 이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노동신문 등 주요 매체에서는 “전력과 석탄전선은 적대세력들의 야만적인 제재 책동을 짓부시는 사회주의 수호전의 최전선(지난해 2월 27일 노동신문 기사)”이라며 석탄을 통한 전력 생산력 증가를 강조한 바 있다. 최근에도 “현시기 나라의 전력생산에서 기본은 화력에 의한 전력증산”이라며 “화력발전소들이 만가동(풀가동)하자면 석탄생산을 확고히 앞세워야 한다(지난 8일 노동신문 ‘전력생산을 늘이기 위한 투쟁을 과감히 벌리자’)”는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이 석탄을 활용한 전력 생산에 집중하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력 공급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겨울 한파로 수력발전소가 얼어붙어 전력생산이 힘들어진 데다가 화력발전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는 중유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전력 생산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시 전기 공급 시간이 하루 평균 1시간도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되자 수도 공급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평양 소식통은 “최근에는 물을 틀면 검정물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전기 공급 제한으로) 안 그래도 낙후한 기반시설들이 더욱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 미공급으로 수도 공급도 원활치 않게 되자 수도관에 고여 있던 오염된 물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외국인들이 주로 머무는 평양의 호텔과 김일성 일가 사적지나 기념 시설에는 전기가 들어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전력 공급 제한으로 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공급되는 선물 생산에도 차질이 생겼던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2일 “태양절(김일성 생일)에 학생들에게 공급할 선물 당과류 생산이 원래대로라면 3월 말에 끝났어야 했는데 숙천, 문덕, 녕원 등 일부 지역에서 기일 내에 생산을 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며 “도 당위원회, 인민위원회, 사법검찰기관들이 현지에 나가 집중검열을 한 결과 전력 공급이 제대로 안 된 것이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역 전력공급 단위인 배전부 관계자들이 취조를 받고 책임자 5명은 지난 10일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15 선물 생산은 김일성의 업적을 기리는 것으로 북한에서 중요한 정치적,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상황이 이렇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국가 발전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평양 주민들은 현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원래라면 지방 전기를 끊어서라도 평양만은 보장해줬는데 최근 열악한 전기 상황에 주민들은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