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시민도 이제는 ‘달려야’ 산다”

▲ 평양시내 모습 ⓒ연합

북한 곳곳에서 김정일의 65돌 생일을 맞으며 떠들고 있는 가운데 최근 평양주민들도 힘겨운 삶에 지친 목소리가 들린다.

평양에서 살고 있는 이명섭(가명·69)씨는 최근 중국에 거주하는 형님의 도움을 받으려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구에 도착했다.

그는 21일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평양사람들도 살기 힘들다”며 “배급은 주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전했다.

이씨는 “평양은 지방보다 규율과 통제가 심해 거의 모든 남자들은 직장에 출근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대신 가정주부 대부분이 종합시장과 열차를 이용하여 지방으로 장사 다니며 살아간다”고 전했다.

그는 “평양사람들도 달리지(지방으로 도매 장사) 않으면 죽밖에 못 먹는다”며 “간부들은 ‘고난의 행군’(90년대 식량난 시기) 때보다 잘 살지만 일반 근로자들은 말만 평양시민이지 지방과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씨는 “식량배급은 주지만 한 달에 일주일치가 늘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을 통해 부족한 양만큼 사먹어야 한다”며 “쌀뿐 아니라 간장, 된장, 식용유, 고추(가루), 맛내기(조미료), 소금을 비롯한 식료품과 채소는 전부 시장을 통해 구입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배급 대상자들에게 한 달 배급량 중에서 1주일분 군량미를 제외하고 공급한다.

“아파트 난방 석탄 구들로 해결”

평양시 일반 근로자 한 달 임금은 4천~5천 원 정도로 시장에서 1kg당 1100원 하는 쌀 4kg를 사면 그만이다. 물론 식료품과 채소도 종합시장에서 구매해야 하며 의류도 시장에서 사야 한다.

이어 그는 “식량배급 외에는 전부 시장에서 사서 쓴다”며 “식료품, 채소, 생활용품, 의류 등을 구입하는데 한 달에 10만 원(북한 돈)이 든다”하고 전했다.

이씨는 또 “난방공급이 끊긴 지 이미 10년이 넘었다”며 “아파트에 구들을 놓아 석탄으로 밥을 해먹고 방도 덥힌다”며 “겨울을 나려면 한 세대당 석탄 2천kg를 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종합시장에서 장사하고 있다”며 “아내는 종합시장 매대(좌판)에 앉아 밀가루를 팔고 나는 밀가루 포대를 손수레로 날라준다”고 말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 대다수는 이미 장사를 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게 됐지만 이른바 ‘혁명의 수도’인 평양 주민들마저 장사길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되었다.

90년대 식량난 시기 때도 평양시민 대부분은 ‘혁명의 수도에서 산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지방보다 훨씬 많은 공급혜택과 선물 등으로 특별한 배려를 받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는 동안 평양시민으로서의 혜택은 거의 사라지고 각종 행사에 집중적으로 동원되는 등 고달픔만 커진 것이다.

‘어버이 김정일 장군 시대’를 맞은 평양 시민들도 이제 ‘보통 주민’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