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남지역 10월중순부터 쌀배급 소문

▲ 식량공급소에서 쌀을 배분받는 北 주민들

함경북도 회령, 무산, 청진에서 식량배급 재개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평안남도 지역은 10월 17일부터 식량배급이 재개된다고 중국을 방문한 북한 주민이 전했다.

평안남도 평성시 주민 최순주(가명, 여, 47세)씨는 “10월부터 평안남도의 각 공장, 기업소에서는 노동자 1인당 1일 700g, 부양가족에 대해서 1일 300~500g의 식량배급이 시작된다”고 전했다. 최씨는 중국에 있는 친척을 만나기 위해 공식 여권을 발급받아 9월 28일 평안남도 평성시를 출발, 10월 5일 중국 랴오닝(療寧)성 선양(瀋陽)시에 도착했다.

그는 “남편이 출근하는 A기업소에서는 10월 1일부터 배급정산이 시작돼 17일에 첫 배급을 타게 될 예정”이라면서 “노동자뿐 아니라 부양가족들에 대한 식량배급도 주어진다”고 전했다. 부양가족을 크게 3등급으로 나누어 중학생 자녀는 500g, 배우자 및 소학교 자녀는 300g, 노인과 어린이는 200g이 지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최씨에 따르면 배급표가 아니라 직접 현물로 식량을 지급하며, 이에 따라 기업소의 경리책임자와 식량배급 담당자들이 쌀과 옥수수를 수송해오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배급은 통상 보름 단위로 이루어지며 16일이 휴일이라 17일에 배급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는 “기간기업소(중앙에서 직할하는 제철, 화학, 발전 분야의 기업소-편집자)들과 도(道)급 기업소의 일부는 직접 현물을 지급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시군급 기업소들은 식량표를 발급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경도 지역도 당초 쌀과 옥수수 등 곡물을 배급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대체식량인 감자가 지급된 것으로 볼 때 평안도 지역의 배급 결과가 주목된다.

다음은 최씨와 인터뷰 내용

– 가동 중단 상태인 공장 기업소에서도 배급이 시작되나?

“그렇다. 국가방침이 모든 기업소에 배급을 준다는 것이다. 생산을 하건 못하건 모두 준다. 사실, 생산을 못하는 기업소들의 노동자들로 그냥 놀면서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다. 농촌지원에, 각종 국가 건설사업에, 하는 일이 많다”

– 노동자의 가족 중에 장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되나?

“여자가 장마당에 나가서 장사를 해도 배급을 계산해준다. 나도 우리 집 아파트 지하실에서 돼지도 키우면서 여러 가지 부업을 하는데, 300g의 식량이 계산된다”

– 그 정도까지 배급을 주려면 국가에서 상당히 많은 식량을 보유해야 할 텐데?

“올해는 100년만의 풍년이다. 한국에서 보내준 비료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년 내내 모든 국민들이 농촌 지원을 나갔기 때문에 수확량이 많다. 내 평생 올해처럼 농촌지원을 많이 나가본 적이 없다”

– 국가배급제가 시작되면서 장마당 식량가격에 변화가 있나?

“8월부터 장마당의 식량가격이 꾸준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8월 초에 중국 쌀 1kg에 800원까지 했는데, 8월초에는 750원까지 떨어졌고 지금은 700원까지 한다. 옥수수 가격도 떨어졌다. 현재 옥수수 1kg이 300원 이하에 팔린다.”

– 평성시 장마당의 물가는?

“장마당의 국수 값은 50원에서 300원까지 다양하다. 배추는 한포기에 200원에서서 500원까지 한다. 사탕가루(설탕)는 1kg에 1천원, 고추가루는 1kg에 3천원이 넘는다. 중국라면은 1봉지에 200원, 닭은 크기에 따라 1천원에서 2천원이고 닭 알(달걀)은 1개에 100원이다. 돼지고기는 1kg에 2천원이다. 담배는 고양이 담배(영국산 크라벤)가 제일 비싼데 1천원이다. 중국담배는 한 갑에 400-500원 한다. 약은 정통편(감기약) 1알에 10원씩 팔린다. 천연색 텔레비전은 20만원이 넘고, 흑백은 3만원에서 5만원쯤 한다”

– 환율은 어느 정도인가?

“인민폐(중국돈) 환율은 1:300, 달러 환율은 1: 2700 정도 한다”

– 장마당에서 쌀 판매를 금지하고 있나?

“아니다. 그런 소리는 듣지 못했고, 지금도 쌀 장사들이 많다. 아무리 국가에서 배급을 제대로 준다고 해도 먹을 식량이 충분치 못한데, 국가에서 왜 장마당 쌀 장사를 통제하겠나?”

중국 단둥(丹東)=권정현 특파원 kj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