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총선 투표 마감…’무장투쟁’ 하마스 돌풍

▲ 하마스 지도자 마흐무드 알 자하르

이-팔 분쟁의 분수령이 될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총선이 25일 순조롭게 마무리 됐다. 이번 선거는 정파 간 경쟁이 치열해 그 결과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었다. 결과는 과반 의석을 확보, 제1 야당에 오른 하마스의 승리였다.

26일 개표가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 하마스의 사미 아부 주흐리 대변인은 “하마스가 66개 지역구 의석 중 최소 43석, 66개 비례대표 의석 중 4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132석 중 과반인 72~73석으로, 하마스가 단독 정보를 구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끌고 있는 파타당과 무장투쟁을 중심으로 강력한 조직력을 보유한 하마스당이 경합을 벌였었다. 특히 하마스당은 무장 투쟁과 정치의 병행을 선언한 이후 팔레스타인 전방위에서 저변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가공할 바람을 일으켰다.

파타당의 전신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이끌며 전통적으로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 절대 강세를 보였다. 반면 하마스는 가자 지구에서 70% 이상의 장악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파타당의 지지율은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하마스의 지지율은 급등하고 있어 사실상 가자를 장악한 하마스가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어느 정도까지 잠식할 것인가가 판세의 초점이었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첫째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파타당과 하마스당을 중심으로 한 서로 다른 정치세력이 경합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경쟁선거가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아라파트 사후 자치정부를 이끌고 있는 마흐무드 압바스 정부에 대한 신임을 묻는 성격이 있다. 이번 선거는 아라파트 전 수반의 사망 이후 자치 정부를 승계한 압바스의 정치력이 팔레스타인 전역을 장악하는데 점점 실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가운데 치러졌다.

하마스의 승리는 부패하고 무능한 집권 파타당에 대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심판’의 성격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지하투쟁은 물론 정치 공간까지 장악하려는 하마스당의 성패 여부이다. 하마스는 현재도 ‘이스라엘과의 협상’은 없다고 선언하면서 지하투쟁을 공공연히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만 머물다가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몰릴수 있다는 위기 의식으로 인해 정치권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강경 일변도의 하마스당을 인정조차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찌보면 하마스당의 대약진에 가장 곤혹스러운 갓은 이스라엘이라 할 수 있다. BBC 방송은 “하마스의 득세는 이스라엘 내 강경 기류를 강화시킬 것”이라며 이번 총선은 이스라엘의 3월 총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타전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팔레스타인 정부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일단 지켜보겠다고 밝혔고, 프랑스와 영국, 독일 외무부는 각각 성명을 내고 하마스에게 ‘무장투쟁 포기’와 ‘이스라엘 승인’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종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