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예산안…남북협력기금 1380억 늘고 北인권재단 100억 줄었다

통일부가 4·27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남북경제협력 사업과 관련한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예산을 상향 책정했다. 반면 북한인권재단 사업과 북한이탈주민 정착금 사업 등 내년도 일반회계 예산은 큰 폭으로 줄었다.

통일부가 28일 공개한 ‘2019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통일부 예산 규모는 일반회계 예산 2184억 원, 남북협력기금 예산 1조 1004억 원 등 총 1조 3188억 원이다. 이 가운데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예산은 올해(9624억 원)보다 14.3%(1380억 원) 증가해 2016년 이후 3년 만에 1조 원대를 회복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선언 이행에 중점을 두다보니 (남북협력기금 예산을) 증액 편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대체로 경협기반사업과 민생협력지원사업, 이산가족교류지원사업, 사회문화교류지원사업 등 4가지 세부사업에서 증액 편성했고, 나머지 기존 사업들은 금년 수준으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실제 통일부는 내년도 경협기반(무상·융자)사업 관련 남북협력기금 예산을 1600억 원 증액했는데,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북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이 해당 사업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도로 개보수와 관련, 북측 구간에 대한 설계·감리비와 자재장비 구입비 등이 반영됐다는 게 통일부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내년 민생협력지원사업과 관련한 남북협력기금 예산도 올해(2310억 원)에 비해 95.4%가량 크게 늘어난 4510억이 책정됐다. 현재 진행 중인 남북 산림협력과 관련해 양묘장 현대화 및 산림병해충 방제 관련 경비가 반영된 데다 그간 구호지원사업으로 분류됐던 비료지원(1323억 원)이 이관된 것이 핵심적인 증액 이유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산림협력 사업은 남북 간 협의가 진행 중으로, 향후 남북 간 협의 완료 후 실제 사업비 규모가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중물 성격으로 사업비 일부를 개략적으로 산정해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예산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다만 관련 예산이 집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당국자는 “현 상황에서 추진 가능한 사업들은 남북한 협의를 통해 진행하되, 대북제재와 관련된 사업들은 향후 북한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는 상황에 따라 여건 조성 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월 남북철도점검단이 경의선 철도의 북측 연결구간 중 사천강 철도 교량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

이밖에도 통일부는 이산가족상봉 등과 관련한 남북협력기금을 올해 120억 원에서 내년 336억 원으로, 사회문화교류 확대를 위한 남북협력기금을 올해 130억 원에서 내년 205억 원으로 대폭 증액해 편성했다.

반면 통일부는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대북지원사업 일부를 축소했다. 실제 대북 식량지원 규모는 올해 30만 톤에서 내년 10만 톤으로 줄여 예산 1321억 원을 절감했다. 10만 톤은 북측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긴급구호 지원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모다. 북측에서 ‘인도적 지원’ 명목의 구호지원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남북 간 민생 및 경제협력 분야로 초점을 돌리겠다는 의도다.

한편, 통일부 일반회계 예산은 사업비 1592억 원, 인건비 498억 원, 기본경비 94억 원 등 총 2184억 원으로 편성됐다. 올해(2275억 원)보다 91억 원 줄어든 수치다.

이 중 특히 사업비가 올해 1729억에서 내년 1592억으로 137억 원 줄었는데, 이는 북한인권재단 운영과 북한이탈주민 정착금 지급 등 2개 사업이 큰 폭으로 삭감된 데 따른 영향이다.

실제 북한인권재단 운영 관련 예산은 올해 108억 원에서 100억이 줄어 내년 예산안에는 8억 원이 반영됐다. 지난 2016년 북한인권법이 발효된 뒤 인권재단 사무실을 계약하고 올해 6월까지 매월 2300만 원의 비용을 지출했지만 여전히 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관련 예산을 축소했다는 게 통일부 측의 설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재단 출범이 계속 지연됨에 따라 예산의 효율적 편성을 위해 재단 출범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예산만 내년도 정부안에 반영했다”면서 “정부는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출범 시 조속한 시일 내에 본격적인 업무가 가능하도록 관련 실무 준비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통일부는 최근 몇 년간 국내로 입국하는 탈북민의 수가 줄어드는 추세에 따라 매년 북한이탈주민 정착금 사업의 집행률이 낮은 점을 감안, 관련 예산을 올해(584억 원)에서 내년 399억 원으로 감액 책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