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칼럼] 북한의 유엔사 해체 속내 점차 드러나

제73차 유엔총회가 개막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려는 북한의 속내가 점점 드러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0월 12일 열린 유엔 총회 제6위원회에서 유엔사를 ‘괴물’에 비유하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해체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북한 외무상 리용호도 지난 9월 2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군사령부가 “유엔의 통제 밖에서 미국의 지휘에만 복종하고 있는 연합군사령부에 불과하다”면서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이는 지난 9월 정상회담 시 김정은이 종전 선언과 유엔사 해체는 무관하다는 입장에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입니다.

유엔군사령부는 주한미군이나 한미연합사령부와 달리 유엔 안보리의 공식적인 결의를 통해 창설된 군사조직입니다. 유엔사는 한국전쟁 정전 협정 당사자로서 협정 이행의 국제적 사명을 가지고 수십년 동안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는 평화 보장기능을 수행해 왔습니다.

북한은 9월 평양공동선언이행을 운운하면서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를 계속 밀고 나가 종단에는 유엔사의 존재 명문을 없애려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종전 선언이 채택되면 ‘6.25 전쟁이 종결되였으므로 남과 북의 안보 구조가 6.25 전쟁 전으로 되돌아가야 하며 6.25 때문에 생긴 유엔군사령부와 한미동맹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해 나설 것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한국의 일부 세력들은 남과 북이 지뢰 제거, 도로와 철도 등 합의 사안들을 이행할 때마다 유엔군사령부가 남북 사이의 평화과정 추진에 역행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주장을 활용해 남과 북이 평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유엔사가 제재하고 간섭한다고 성토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은 4.27 판문점 선언이 있은 지 6개월이 지났으나 북한의 비핵화에서 실질적인 진전은 커녕  ‘비핵화’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실질적 핵폐기 진전이 거의 없는 것은 김정은이 미국과 한국 사이에 쐐기를 치고 제재해제를 통해 경제 발전과 핵무기를 동시에 가지려고 꿈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 비핵화 대화는 한국의 비핵화 견인 기관차가 북한의 핵보유국 차량을 끌고 달리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김정은이 경제 발전과 핵무기를 동시에 가질 수 없으며, 한국의 비핵화 견인 기관차가 북한의 핵보유국차량을 끌고 달릴 생각이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북핵시설신고를 더 이상 뒤로 미루어서는 안 됩니다. 북한 핵무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제재를 일부 해제해 주는 전략적 실수를 범해서도 안 됩니다.

*편집자주 : 최근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 발간을 계기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전격 사퇴하면서 한반도 통일을 앞당기는 일에 자신의 일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북한 체제의 실체를 진단하면서 대(對)북한 전략 구축 및 북한 변화에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폭로하고 통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태 전 공사의 칼럼을 매주 1회 게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