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이혼 소송’ 가장 어렵다

▲ 한국에 입국 중인 탈북자들 <사진:연합>

탈북자들이 한국 정착 이후 이혼이나 호적 정정과 같은 가정 관련 문제로 인해 법률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변호사협회>가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무료법률 상담 2005년 상반기 결과에 따르면, 총 43건의 상담 내용 중 가정문제가 18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민사 14건, 형사 5건, 기타 6건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총 120여건의 상담 중 가정문제 상담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북한 배우자와의 이혼소송(20건 이상)이 가장 많았고, 한국 배우자와의 이혼소송(8건), 호적정정(나이, 출생년도, 입적방법, 말소방법 7건), 개명신청(4건), 양육비 및 위자료 청구, 혼인신고 취소 등의 상담이 진행됐다.

다음으로는 브로커 비용(12건 이상)에 관련한 상담이 많았다. 이외에 대여금, 교통사고, 보증, 월급청구, 가압류 신청, 보증문제 등 민사사건과 형사사건 및 행정적 문제에 대한 상담이 뒤를 이었다.

법률지원 활동을 처음 시작한 2003년 이후 이러한 상담 유형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한국 정착후, 가정문제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입국시 진행되는 조사에서 북한에서 결혼한 적이 있다고 진술하면, 이것이 그대로 호적에 기재돼 이후 가정 생활을 꾸리기 매우 힘든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1백 63건 이혼소송, 진행 안돼

탈북여성 강주명(가명, 31)씨는 “하나원에서 생활하던 중 북한에서의 가족관계를 기록하라는 요구에 북한에서 한때 동거했던 남자의 이름을 적어낸 것이 그대로 호적에 올라 법적으로 기혼자가 돼 버렸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국인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던 탈북여성 김송화(가명, 32)씨도 “호적에 북한에 있는 전 남편이 등재돼 있어 중국 체류 당시 사실혼 관계에 있던 한족 남성과 네 살 된 딸을 호적에 올리기 어렵다”면서 “북한에 있는 전 남편과 이혼하고 한족 남성과 결혼하여 중국에 있는 딸과 남편을 한국에 데려오고 싶다”며 변협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여성이 북한에 있는 남편과 이혼을 원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합의이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판상 이혼만 가능한데, 현재의 제도상 송달문제로 인해 북한에 거주하는 남편을 상대로 한 소송은 불가능하다.

탈북자 이혼소송은 서울 가정법원에 지난 3월말까지 총 1백 63건이 접수돼 있으나, 지난해 2월 첫 이혼 허가 후 단 한건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사ㆍ형사ㆍ행정에 관한 법률적 문제들은 탈북자들이 한국의 법 체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초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상담 변호사들의 도움을 통해 대부분 해결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혼이나 호적 정리와 같이 북한의 남아있는 가족과 관련된 문제들은 해결 과정이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본인들이 겪는 고통도 크기 때문에 새로운 관련법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담당형사(탈북자의 사회정착을 돕는 주소지 경찰담당관)의 횡포를 고발하거나 구직문제와 관련한 상담, 중국에 구속된 탈북자 변론을 문의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상담도 이뤄지고 있다.

2003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 변호사단은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에 각 지부를 두고 있으며, 170명의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 탈북자 법률 상담 문의처

<대한변호사협회 본부> 전화 (02) 3476-4003, 팩스 (02) 3476-4008
<홈페이지 바로가기>– 북한이탈주민지원 변호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