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들 ‘뜀뛰기’ 범죄 아시나요?

지난달 30일 중국 옌벤 조선족 자치구 옌지(延吉)에서 만난 탈북자 김영식(가명·45세) 씨는 최근 탈북 여성들이 돈벌이를 위해 ‘뜀뛰기’라는 신종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뜀뛰기는 탈북 여성들이 소개자(탈북자 혹은 조선족 브로커)와 짜고 중국인 배우자와 결혼을 한 뒤에 한 두달 있다가 소개비를 챙겨 도주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받은 소개비는 탈북여성과 브로커가 절반씩 나누게 된다.

함북 청진 출신인 김 씨는 “나도 최근까지 뜀뛰기 중개를 한 일이 있다”면서 “먹고 살려다 보니 이런 짓까지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막다른 처지에 몰리다 보니 탈북여성들도 원하고, 사실 인신매매를 하는 것도 아니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씨는 “탈북자가 원래 쫒기는 신분인데 중국인에게까지 사기를 치면 당연히 추적을 더욱 심하게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워낙 절박하니까 그런 것까지 하게 된다”고 말했다.

1일 센양(瀋陽)에서 만난 20대 초반의 탈북 여성 이영숙(가명) 씨와 최보숙(가명) 씨도 “신분이 이렇다 보니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고, 일자리를 찾아도 신분을 볼모로 월급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면서 “이러다 보니 옳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뜀뛰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조국(북한)에 있는 가족들 부양을 할 수 있다. 배 곯고 있는 동생들 생각에 이런 일까지 하게 되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중국 공안이나 사기를 당한 중국인의 추적을 받지 않느냐고 묻자, 이 씨는 “얼마 전까지는 옌볜에서 살았는데, 한 두번 뜀뛰기를 하고 나서부터 얼굴이 알려져 일을 하기도 어렵다”며 “잡으려는 사람들도 생기면서 최근에 센양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말했다.

최 씨도 “사기를 당한 중국인 남성이 사람들을 동원해 나를 추적하고 있다”면서 “잡히면 죽인다는 말을 한다는데, 이제와서 돌아갈 수도 없지 않느냐”고 했다. 최 씨는 한국행을 주선해달라고 사정했다. 얼굴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우리나라에도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위장 취업해 선불금을 받고 도주하는 속칭 ‘탕치기’ 수법이 성행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유사 범죄가 탈북여성들 사이에서도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북 여성들은 그동안 인신매매를 통해 농촌이나 윤락가 등지로 팔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피해자였던 탈북여성들이 이제는 도리어 중국인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것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현상이 확산될 경우 중국 정부의 탈북자 단속이 더욱 강화되고 탈북자 난민 인정을 추진하는 국제여론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옌지에서 탈북자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선교사 김 모 씨는 “신분의 불안정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탈북여성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전체 탈북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