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75.4% “북한으로부터 피해”… ‘진상규명’ 중요성 인식

/ 사진=데일리NK

탈북민 대부분이 북한 당국에 의해 신체적 폭력이나 강제북송, 체포·구금 등의 인권침해를 겪었으며, 이들은 북한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이 한국과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6일 북한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5주년을 기해 ‘풀뿌리 전환기 정의를 위한 탐색: 북한 인권침해 책임추궁에 관한 탈북민들의 견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탈북민 4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북한 내 직업·사회적 경험에 따라 선별한 10명의 심층인터뷰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451명의 탈북민 중 75.4%(340명)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구타·고문·강간·성적 학대 등의 신체적 폭력에 더해 공개처형이나 굶주림, 체포·구금, 탈북 후 강제북송된 가까운 가족을 잃는 등 넓은 의미의 피해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북한 정권이 종식될 때 적용할 수 있는 피해 회복 방안과 관련해서는 응답자(317명)의 82.9%(263명)가 ‘북한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이 한국의 일반대중과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해, 진상규명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또 ‘인권침해 혐의자들을 형사기소하거나 재판한다면 어떤 형태의 재판소가 재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416명)의 절반에 가까운 45.9%(191명)가 국내에 있는 국제재판소(외국인 재판관으로 구성)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실제 설문조사와 별도로 진행된 심층인터뷰에서 2명의 참여자는 재판소가 한국인 재판관으로만 구성되면 북한 가해자들을 객관적으로 재판하기보다 ‘같은 민족’으로서 지나치게 관대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는 견해를 보였다.

탈북민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26일 발간한 ‘풀뿌리 전환기 정의를 위한 탐색: 북한 인권침해 책임추궁에 관한 탈북민들의 견해’ 보고서에 담긴 차트 이미지. /사진=전환기정의워킹그룹 제공.

아울러 심층인터뷰 참여자 다수는 ‘가장 책임 있는 혐의자들만 기소’하는 것을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꼽았다. 북한의 현 체제하에서 하급자들이 본인들의 의지가 아닌 상부의 명령 때문에 인권침해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193명)의 97.9%는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에 대한 정의 구현 과정을 이끌고 계획하는 데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보였다.

그러나 심층인터뷰에서는 ‘북한 체제가 바뀐 후에 자신이 조국을 떠난 배반자로 간주될 경우 본인과 가족들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두렵다’는 등 전환기에 피해자들이 역할을 하는 데 있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한 견해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 시민사회가 전환기 정의 실현에 관한 국제적 사례들을 연구해 한반도 상황에 부합하는 방향을 찾고 ▲북한 인권침해에 관한 조사기록 방법을 최신화하고 개선하며 ▲북한 인권침해에 대응할 전환기 정의 메커니즘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증언자들의 참여와 역량을 강화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새라 손(Sarah A. Son)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연구팀장은 “비록 이 조사결과가 현재 북한 주민 전체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는 없지만, 북한 사회의 미래를 우리가 어떻게 그려나갈 수 있을지 탐색하는 중요한 첫 단계에 해당한다”면서 “전환기 정의 실현방안을 피해자 중심으로 구상해야 하고, 탈북민들이 참여하고 목소리 낼 수 있도록 지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