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75%, 北서 외국 영상물 시청 혐의로 처벌 목격했다”

[탈북민 200명 미디어 이용 실태조사] "응답자 91%, 北서 南 영상 본 적 있어"

사단법인 통일미디어가 탈북민 200명을 대상으로 북한의 미디어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 사진=통일미디어 제공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외부정보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지만 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이를 피해 한국 및 외국 드라마, 노래 등을 접하고 있다는 증언이 담긴 보고서가 발간돼 관심이 쏠린다.

(사)통일미디어가 19일 발표한 ‘북한미디어 환경과 외부콘텐츠 이용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탈북자 200명 중 143명(71.5%)이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외국의 정보를 보거나 듣는게 위험해졌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중 150명(75%)은 외국 녹화물 시청 혐의로 처벌을 받는 것을 목격한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인터뷰에 응한 평안남도 출신의 한 탈북민(2018년 탈북)은 “보위부나 보안서에서 불시에 검문하거나 가택수색을 하기도 한다”며 “정전을 시켜서 알판을 그대로 가져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기적으로 (단속을) 하지는 않지만 (한국 영상) 장사하는 사람 중에는 잡혀 간 사람이 많다”며 “(남한 영상을) 판매한 사람은 사형이나 교화소 10년 형 정도를 받는다”고 말했다.

현재 평안남도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 주민도 통일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당국에서 TV를 비롯한 여러 가지 기기들을 자주 검열한다”며 “기기들이 작기때문에 집을 뒤지는 방법을 쓰고 있고 여기서 (채널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기기들과 외국 영화들을 담은 기기들이 발견되면 즉시 보안소(경찰)에서 취급(압수)을 하고 법적 처벌을 내린다”고 전했다.

그는 “기기를 단속은 109그루빠(단속반)가 기본으로 하고 있다”며 “(109 그루빠) 이외에도 자기구역 담당 보안원(경찰)들도 임의의 시간에 들어와 단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외부정보 유입이 체제 불안을 가속화 시키고 민심이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외부 영상물 단속 전담조직인 ‘109상무’를 중심으로 외부 정보 유입 및 이용을 감시, 통제, 처벌하고 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보위부에도 단속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줘서 이중으로 단속을 하고 있다”며 “아무리 단속이 엄할지라도 정보에 대한 갈망으로 (외부정보는) 계속 확산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강력한 감시와 통제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외부정보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응답자의 91%가 북한에서 남한 및 외국 녹화물(영상)을 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함경남도 출신 탈북민(2018년 탈북)은 “(북한에 있을 당시) 외부 세계를 보려는 열의가 너무 세서 처음에는 일도 안 하고 온종일 (외부 영상을) 봤다”며 “(북한의) 젊은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 케이팝 노래 춤추는 걸 보고 싶어 하고 야구나 축구 경기도 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단속을 피해 외부정보를 접하는 주요 수단은 노트텔(소형 DVD플레이어)인 것으로 조사됐다. 노트텔은 채널만 고정시키면 당국의 단속대상에서 제외되고 SD카드, USB, DVD 등 다양한 저장매체를 통해 외부 정보를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 북한 “노트텔 채널 고정하고 사용하라” 방침)

보고서는 탈북민들이 외부 미디어를 노트텔(76.5%, DVD플레이어), 노트콤(20%, 노트북), 컴퓨터(11%, 데스크탑) 등으로 이용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평안남도에 거주했던 탈북민(2018년 탈북)도 “109(그루빠) 오면 액정 TV에서 채널을 확인하니까 (외부 영상을) 보기 힘들다”며 “우리처럼 몰래 보는 사람들은 건사하기 좋아 노트텔로 (외부 영상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노트텔은 작으니까 가지고 다니기 좋았다”며 “알판도 넣을 수 있고, TV 수신 카드가 있어서 증폭기를 넣으면 북한 TV도 나오고 남한 TV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주민들이 노트텔을 주로 이용하는 데는 열악한 전기사정도 한몫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강도에 거주했던 한 탈북민(2015년 탈북)은 인터뷰에서 “외부영상을 보기에 노트텔이 다루기도 편하고 전기 에너지도 적게 먹어 주로 이용했다”며 “북한은 전기가 안 오니까 태양열판으로 배터리를 충전해서 쓴다”고 말했다.

현재 양강도에 거주하는 한 북한 주민도 통일미디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거의 모든 집들이 DVD(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어 지금은 DVD 기기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며 “전기사정으로 해서 중앙 텔레비젼을 볼 수는 없는데 12V 전기로 되어있는 이 기기(DVD)는 배터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탈북민들이 외부 영상을 구하는 주요 통로는 주로 친구, 친척들었으며 DVD(55.5%), USB(44%), SD카드(22.5%, 복수 응답) 형태로 입수한 후 그들과 함께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통일미디어는 “남한 및 외국 영상물 입수 경위는 USB나 SD카드 등 이동식 저장 매체에 담긴 영상물을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단속이 강해지면서 시장 내에서 판매, 구매하는 행위가 줄어들고 신뢰할 만한 사람들끼리 비밀리에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부정보를 접한 북한 주민들의 상당수는 한국 사회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한 탈북자의 50%는 북한에서 한국 영상을 시청한 이후 ‘남한사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고 말했으며 35.5%는 ‘남한노래를 즐겨 불렸다”고 증언했다.

외부정보의 유입이 폐쇄국가 속에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광백 통일미디어 대표는 “북한 인권 증진의 첫걸음은 정보제공이다”며 “북한 사회의 미디어 환경을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북한 주민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통일미디어는 민간 대북 방송인 국민통일방송을 운영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 증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