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금강산 독자개발하겠다는 북한, 관광객 얼마나 올까?

김정은_금강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국를 방문했다고 노동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금강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갖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북한이 하루 만에 거부했다. “별도의 실무회담을 가질 필요 없이 문서교환방식으로 합의할 것”을 주장했다 하니, 남한과는 만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북한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서, ‘창의적 해법’을 거론하며 금강산 문제의 돌파구를 뚫어보려던 정부의 구상은 실현되기 어렵게 됐다. 앞으로 문서교환 방식의 협의가 몇 번이나 더 있을지 모르지만, 남북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북한은 일방적인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밀어붙이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와 관련돼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 전 금강산을 현지지도하면서 금강산 독자개발계획을 상세히 지시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 인근에 비행장을 만들고 비행장에서부터 관광지구까지 열차노선을 새로 건설하는 것은 물론, 골프장과 스키장까지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금강산관광이 11년 동안 중단되면서 낡아버린 남측 시설들을 철거하고 북한이 새로 관광단지를 건설하면 많은 관광객들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금강산에 해외 관광객 많이 올까

하지만, 금강산에 새로 시설을 건설하기만 하면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인지 북한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금강산이 해외의 관광객들을 끌어모을 정도로 세계적인 명승지인지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강산은 물론 우리 민족의 명산이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명산이라는 것과 세계적인 명소라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세계적으로 금강산보다 훨씬 웅장하고 볼만한 명소들이 많은데, 해외 관광객들이 굳이 금강산까지 찾아올까?

현대아산이 금강산관광을 시행하던 당시 193만여 명이라는 많은 수의 관광객들이 금강산을 찾았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금강산을 찾은 이유가 금강산이 다른 곳과 비견할 수 없을 정도의 명소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북한의 착각이다.

금강산관광 당시 금강산은 남한의 일반 주민들이 유일하게 자유롭게 가볼 수 있는 북한 땅이었다. 일부는 호기심에, 북쪽에 고향을 두고 내려온 실향민들은 고향 생각을 하며 금강산을 찾았다. 남북 분단의 현실에서 북한 땅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남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던 욕구였기 때문이다.

193만여 명의 관광객 가운데 외국인이 불과 1만 2천여 명에 불과했다는 것도 음미해봐야 한다. 더구나, 이 외국인들도 금강산을 관광하기 위해 일부러 한반도를 찾은 사람들이 아니고, 남한 땅에 거주하고 있던 외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남한에 거주하면서 주변 동료와 함께 혹은 단체모임에 동반하는 형식으로 북한 땅을 찾은 것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금강산은 외국인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 남한 사람들이 없으면 금강산관광이 사업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강산 북한 독자개발 사업성 있나

그런데, 북한은 독자적으로 금강산 개발과 관광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군인들을 동원해 관광단지 조성은 그럭저럭한다고 하더라도 개발이 완료된 뒤 해외에서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올지 의문이다. 중국 관광객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이나, 중국 내에도 명소가 많은데 금강산 보자고 북한 땅을 찾아가는 중국인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더구나, 중국인 이외의 외국인들은 북한을 방문하려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언제 어떤 명목으로 북한 땅에 억류되는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 돈 내고 휴식을 취하러 가는데, 굳이 위험이 잠재된 나라 북한에 관광을 가겠다는 외국인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이 정말 금강산관광을 다시 활성화하기를 원한다면 남측 시설 철거를 위협하고 남한 정부와 현대아산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관광사업이 제대로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 제재를 완화할 수 있도록 만들고 현대가 사업을 다시 재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금강산관광을 다시 살리는 길이다. 가야 할 길이 뻔히 있는데 그것을 외면한 채 다른 길을 아무리 찾아봤자 원하는 결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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