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안 따질테니 외화를…” 北, 이례적 中친척방문 권고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위치한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2015년).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최근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사사여행(중국 등 해외 친척방문)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강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보위부(국가보위성)가 중국에서 돈을 벌어 올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외화를 확보해 온다면 시간은 많이 줄 테니 사사여행을 다녀오라는 말을 대놓고 한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해외 노동자 파견이 제한되자 북한 당국이 사사여행 명목으로 외화벌이 인력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또 “보위원들이 어느 나라 장사꾼과 협력해서 번 돈이든 상관하지 않고 출처에 대해서도 따지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한국인과 거래를 통해 획득한 돈이라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이다.

과거 한국인과 연계된 사업이나 연락 관계가 발각될 경우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는 등 강한 처벌을 해왔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무역일꾼 출신 한 탈북민은 “당국에서 외화벌이 과제가 떨어졌을 때 무역 회사를 관리하는 보위원들이 사사여행을 권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보위부의 이러한 사사여행 권고가 일반 주민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며 “보위원과 친밀한 관계에 있거나 무역회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 또는 중국 친척을 통해 외화를 들여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얘기”라고 전했다.

일반 주민이 중국 사사여행 중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취업 활동을 했다면 국가보위성의 취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북한에서 사사여행을 위한 비자 발급은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일단 중국에 친척이 있어야 하고, 친척이 초청했다는 (중국)변방대 확인도장이 들어간 서류도 있어야 한다. 여기서 ▲친척관계는 5촌까지 허락하고 ▲한번 방문은 40일 또는 2개월을 넘을 수 없으며 ▲방문 후 3년이 지나야 비자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만 55세 이상으로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주민이어야 한다. 아울러 사상동향에 문제없다는 인민반장, 동사무소, 기관기업소, 당, 보위성, 보안성 확인 작업도 거쳐야 한다. 특히 친인척에 교화소 출신, 탈북민이 없어야 한다. 심지어 외사과에 500달러 이상 뇌물도 바쳐야 한다.

이 탈북민은 “주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보위부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사사여행을 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그만큼 북한의 외화 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외화벌이를 위해 사사여행을 위한 조건을 완화하거나 보위부의 사사여행 권고가 일반 주민에게까지 확대된다면 주민 통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외화벌이 과제 달성을 위한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닌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