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분위기 띄워…선거장 꾸리기 돈 모아

소식통 “주민 주머니 털어 선거장 꾸린다는 말 안나오도록 단속”

김정은 대의원선거
2014년 열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투표에 참가하고 선거장 밖으로 나오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앞두고 이번 선거를 대규모 정치행사로 만들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고 내부 소식통이 13일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에 청진 시내를 비롯한 온성군, 새별군을 비롯한 도내 (주요) 시군에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위한 선거장들을 만들고 학교와 직장에서 선거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사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청진시내에는 이미 거리에 ‘모두다 선거에로!’ 라는 구호판이 나붙었고, 학생들은 방학 중에도 아침부터 선거장 주변을 청소하고 가창대를 진행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출근 시간을 당기고 퇴근 시간은 늦추면서 규율을 강화하는 모습도 연출한다고 한다.

동사무소와 학교 등에 마련된 선거장에는 간판과 구호판, 인공기를 매단 줄로 치장하고 내부는 중앙선거위원회에서 내린 규정에 따라 선거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각종 집기 등을 마련한다.

소식통은 “선거장을 꾸리기 위한 비용을 인민반 상황에 따라 북한 돈으로 1500~2500원 사이에서 모금이 이뤄졌다”면서 “큰 돈이 아니니까 주민들은 이견 없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장 비용 사실은 외부에 알리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인민반장은 주민들에게 “당에서는 선거와 관련해 ‘인민의 주권을 다지는 정부가 주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선거장을 꾸려서야 되겠는가? 일체 주민들에게 손을 내밀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돈 없이 어떻게 선거장을 만들겠는가? 대신 모금 사실을 입밖에 내지 말라”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청진시의 수남 구역에 한 주민은 ‘우리 주권을 다지는 일인데 돈이 아깝지 않다’면서 선거위원회에 북한 돈으로 10만 원을 낸 사실도 인민반장이 고지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이 외에도 선거위원회 위원들의 식사보장을 위해 별도 쌀과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선거와 관련한 일은 모든 부분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다른 외화벌이나 지원운동과 달리 주어진 과업과 모금에 별 말 없이 응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선거와 관련한 문제로 인민반장과 말다툼이라도 하면 당장 보위부에 나서서 정치적으로 걸릴 수 있다”면서 “좋은 싫든 잘 따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를 준비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안원과 보위원들이 인민반에 자주 나타나고, 인민반장과 동사무소 관계자들을 만나 ‘장기 출타자 파악’ 등 주민 동태를 점검하는 일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