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분석] 북한의 침묵과 미뤄지는 비핵화 협상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뒤 북미관계는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속 지연되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의심하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남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시간표대로 협력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오늘은 이러한 정세를 중심으로 살펴보며 한반도의 상황을 진단해 봅니다.

자리에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 나오셨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1. 북한의 미지근한 태도

1-1. 양측 간 소통 채널이 물밑에서 가동되고 있지만, 북미 협상이 지금까지 미뤄진 배경에는 북측이 확답을 주지 않았던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  그렇게 추정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9월부터 관련 사안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9월 이후 북미고위급회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두 번이나 방문했는데 아무런 결실이 없었습니다. 지난 8일에는 미국에서 고위급회담이 잡혔다가 하루 전에 무산되지 않았습니까? 이를 봐서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데 주저하고 있는 것인지, 의향이 없는 것인지, 혹은 기존에 북한이 보여줬던 핵실험장 폐기나 미사일 발사대 폐기, 이런 것과 관련해서 ‘이미 비핵화를 실천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가 이유가 되겠지만 지금 봐서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행동을 하고 있지 않는데요. 이에 북미관계에서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고, 겉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1-2. 결국 문제는 비핵화가 아닐까 합니다. 북미 정상 간에는 큰 틀의 합의는 이뤘지만 구체적인 실무 협의가 미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아직까지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6월 12일에 정상회담 당시 합의 내용과 관련해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근본적으로 볼 때 정상회담을 하기까지, 또 할 때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개념이 다릅니다. 현재 북한은 본인이 핵국가라고 단정 짓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회담은 같은 핵 보유국가들끼리의 군축회담이라는 생각에 비핵화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을 공식적으로 핵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한 것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이행해야한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비핵화 개념에 대한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소가 되지 않았고요.

1-3. 정작 미국은 느긋한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고위급 회담 연기의 당사자였던 폼페이오 장관은 내년 초의 2차회담을 재확인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11월 8일에 미국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만나고 실무자들의 만남도 합의가 됐습니다. 미 국무부에서 공식적인 발표가 났죠. 하지만 하루 앞두고 무산이 됐죠. 이를 봐서는 북한에서 회담 불참여부를 낸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정상회담 이후 고위급 실무회담 몇 차례, 미국에서의 예정된 회담도 있었는데 결실이 없거나 갑자기 무산됐기에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을 중단한 지 일 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기에 현재 유지 중인 대북제재가 미국에서는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시각에서 이런 상황으로 간다면 미국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또한 중간 선거에서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지만, 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겼다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는 나왔어요. 그런 의미에서 대북정책을 하는 데 있어서 트럼프가 국내 기반을 상당히 확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이 계속 이렇게 가면 결국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먼저 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4.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대북제재, 그리고 인권문제에 있어 북한을 압박하는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빌미로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  예, 그렇습니다. 대북제재는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약간 완화시켜야 하지 않는가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절대 안 된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절대 안 된다’라는 입장에서 변화가 없습니다. 또 하나 인권 문제는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에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유엔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인권 압박입니다. 대북제재는 북한이 그동안 몇 번 불만을 이야기했습니다. 인권 문제같은 경우는 북한이 이런 문제가 나오면 반발하기 때문에 아직은 제가 볼 때 북한의 노골적인 큰 반발은 없습니다. 인권 문제는 미국을 대상으로하지 않아도, 북한은 인권문제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아직은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은 과거에 비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가 나오지만요. 만약 북한이 어려움을 겪고 북미대화가 진전이 안 되면 북한이 이를 빌미로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모습은 과거에 비해 강한 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1-5. 상황이 이렇게 가다보면 뚜렷한 성과 없이 비핵화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데요. 연내에 진전될 만한 사안이 있을까요?

  •  글쎄요. 올해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올해 안에 뚜렷한 계기와 진전, 변화를 기대하기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9월 이후 북미 간 대화나 접촉이 성과 없이 가고 있는 상황이기에 뚜렷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변화가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답보상태로 갈 가능성이 있기에 해를 넘기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초기 조치 내용이 나오지 않기에 접점을 만들기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미국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상황입니다. 정상회담도 내년으로 넘어갔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상당히 길게 보는 발언들이 많습니다. 어떤 계기를 북한이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비핵화를 계기로 정상회담이 된 거고요.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 보장이라는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북미 간 회담을 추동할 수 있는 것은 비핵화의 진전이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 뭐가 나와야 변화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올해 안에 나오기엔 촉박하다고 봅니다.

2. 시간표대로 진전되는 남북관계

2-1. 남북이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전술도로를 연결했습니다. 또 지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서의 합의에 따라 GP를 철거하기도 했는데요. 굉장히 적극적인 모습이죠?

  •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미관계는 예정되던 방향으로 가지 않고 정체되고 있는 반면 남북관계는 상당히 합의한 내용대로 어떻게 보면 빠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군사합의같은 경우는, 지난 9월 부속 합의서도 채택됐죠. 그러한 상황에서 방금 이야기한 대로 전술도로연결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시범설치지만 남북의 GP도 철거가 됐습니다. 진도가 상당히 빠르게 나가고 있어요.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 이런 부분이 가속도를 붙여서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북미관계와는 대조적으로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대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2. 이밖에도 남북은 금강산 관광 시작 20주년을 기념하는 남북공동행사를 금강산에서 진행하고, 개성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는 항공 실무회의를 개최하는 등 연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북미관계와 달리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 않나요?

  •  네, 그렇습니다. 금강산 관광은 벌써 20년이 됐는데요. 전반기 10년은 상당히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후반기 10년은 지난번 2008년도 박왕자 씨의 피격사건 때문에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중단된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공동행사를 가졌는데, 연례적으로 해오던 행사긴하죠. 또 실무회담이 계속 개최되는 점은 남북 사이에 협력사항을 가지고 논의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일부분 또 남북 간 군사협력과 마찬가지로 남북 간 협력 사업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항공 실무회의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논의는 많이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남북 간 군사합의 실천이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고, 남북 협력사업 특히 경제 같은 부분이 맞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논의는 괜찮다고 보지만 실질적인 경비가 들어가는 부분은 하지 말라는 입장입니다.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남북 간의 군사 협력사항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어 견제하는 입장입니다.

2-3. 이런 가운데 북핵 협상 국면에서 한미 간 원활한 공조를 위해 마련된 한미 실무그룹이 공식 출범했습니다. 한미 양국은 서로 다른 소리를 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  한미 워킹그룹이 신설됐고, 20일날 미국에서 발족해 첫 회의를 가졌습니다. 9월 정상회담 평양선언문 제1항에 남북 간 군사분야 합의서가 있었습니다. 그때 발표한 남북 간 군사합의 조치가 현재 취해지고 있는데, 당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정상회담 끝나자마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불편한 마음을 노골적으로 보였습니다. “군사협의 내용이 미국이 생각한 것보다 너무 앞서간다”고요. 또한 “그 부분과 관련해 한미 간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남측은 미국에게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하지만 이 부분은 남측과 미국 정부의 이야기가 다릅니다.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남북 간 군사협력이나 협력 사항 논의가 너무 급진전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현했습니다. 때문에 미국이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견제하는 상황에 남측 정부가 선제적으로 만든 것이 한미 워킹그룹입니다. 남측이 실무진에서 ‘대북정책이나 비핵화를 포함해 논의를 같이 하자’, ‘남북 간에 진행되는 상황을 북한에 소소하게 알려주고 그 부분에 대해 미국의 의견도 듣겠다’고 제안해서 구성한 것이 한미 워킹 그룹입니다. 이것이 지난 20일 뉴욕에서 처음 시작해 회담이 열린 것입니다. 여기서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과 미국이 대북정책, 비핵화에 있어서 엇박자를 내서는 안된다”는 공개발언을 했습니다. 때문에 비핵화를 포함한 대북정책에 한미 간 필요한 조율을 세부적으로 하기 위한 장치로서 한미 워킹그룹을 발족한 것입니다.

2-4. 2주에 1회꼴로 정례화하기로 했는데요. 이렇게 한미가 자주, 그것도 정기적으로 실무그룹 회의를 갖기로 한 것은 어떤 의미로 볼 수 있겠습니까?

  •  긍정적으로 본다면 남북한 여러 협력사항을 미국과 긴밀하게 논의하겠다는 뜻입니다.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한미 워킹그룹이 발족된 겁니다. 다른 부분으로 본다면 미국이 남북 간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을 꼼꼼하게 살펴보겠다는 말입니다. 한국도 동의를 한 거죠. 조금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미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너무 배제된 상황에서 남북 사이에 군사협력과 경제협력 논의가 되고 있으니까,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겠다는 것입니다. 상당히 촘촘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2주에 한 번꼴로 정리한다고 했는데, 아주 세부적으로 확인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북한과의 논의에서 주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해를 살 소지를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2-5. 한국 정부는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하려고 할 텐데요. 현재로써 취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줄어들 수도 있고, 적극적으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운전자론을 제기했는데, 문제는 남북관계와 한미관계가 조화롭게, 선순환적으로 가면 운전자론이 탄력받을 텐데요. 남북관계는 잘 되고 있지만 북미관계가 정체되고 있기 때문에 한쪽에서 가동이 잘 안되고 있기에 선순환적인 상호작용이 나오고있지 않은 것입니다. 때문에 남측 정부로서는 중간 역할을 잘 해야하는 입장인데요.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를 어떻게 해서든 이끌어내야 합니다. 만약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미국도 상응할만한 변화를 낼 수 있는데, 남측 정부기 이러한 걸 끌어내어야죠. 지금처럼 비핵화 진전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너무 진전하면 미국이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올바른 중재 역할은 비핵화를 추동하게 해야 하는 것이죠. 또 한미관계에서도 남북 간 논의되는 사항을 상세하게 이야기해서 입장을 일치시켜야죠. 지금 시점에서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적당한 상황, 올바른 방향이지 않을까 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과 함께했습니다. 소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