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진짜 잃은 ‘독도’는 김정일 독재의 땅

며칠 전 북한에서 일어난 공개처형 장면이 알려지게 되었다. 북한의 인권문제라는 포괄적이고 막연한 이야기에서 실제 처형장면을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천여 명의 사람들이 직접 보게 하고 본보기로 삼아 중계방송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주변 친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냥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정도의 반응이었다.

요즘 대학가의 이슈는 단연 독도문제가 독보적이다. 연일 방송과 신문에서 톱기사로 내보내고 있어 같은 학교의 일본인 유학생 친구는 밖에 돌아다니기가 겁날 정도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울릉도에서 90km 떨어진 총면적 0.186㎢의 작은 바위섬에 대해서는 온 나라가 들썩이는데 비무장지대를 지나 북쪽으로 4km 떨어진 총면적 12만 2762㎢의 잃어버린 김정일 독재의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는 어찌 이렇게 잠잠할 수 있는가?

공개처형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그런 죽음이 아니다. ‘김정일을 배신하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 죽음인 것이다.

독도문제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독도문제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이러한 공개처형이 어딘가에서 이루어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왜 무관심한가?

北인권 실현, 진정한 사회 진보

2천 3백만의 목숨이 한 사람에게 맡겨져 있는 북한의 현실을 언제까지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인가? 이것이 ‘우리 민족, 우리 영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태도인가 의심스럽다. 일본에 대해서 할 말은 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는 왜 할 말을 하지 못하는가?

북한문제를 건드리면 김정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니 조심해야 하고 일본에는 큰소리치는 것이 우리의 자주성을 지키는 일인가?

우리의 형제들이 살고 있는 12만㎢가 넘는 땅에서 벌건 대낮에 벌어지고 있는 처참한 인권유린에 더 흥분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닐까. 우리의 형제들이 그렇게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더 밝혀지고 동영상이 나오고, 사진이 찍혀야 받아들일 것인지 대한민국의 ‘진보’를 자처하는 대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사실 북한의 인권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에 대한 탈북자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오고, 배고픔으로부터 탈출하여 중국에서 겪는 비참한 생활과 다시 북송 되었을 때 치르게 되는 끔찍한 벌들,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조차 없는 사회가 북한이다.

무슨 유행처럼 감정과 분위기에 휩쓸려 대단한 애국자인 양 떠드는 것이 우리 사회의 진보를 바라는 이성적인 태도일까. 우리가 진짜 잃어버린 큰 ‘독도’는 김정일 개인독재가 지배하고 있는 북한 땅이 아닐까. 이 땅에 민주화와 인권을 실현시키는 것이 한반도 사회역사 발전의 진정한 진보가 아닐까.

우리 모두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최옥화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