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통제 이제 보위부까지 나선다”

북한 당국이 보안서나 보위부 같은 경찰·정보 기관까지 동원해 시장 통제에 나서자 상인들이 바짝 긴장하는 등 시장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얼어붙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25일 알려왔다.

신의주 소식통은 “위(당국)에서 이번 기회에 장마당(상설 시장)을 없애려고 작정을 한 것 같다”면서 “이제는 보위부(국가안전보위부)까지 전담 보위원을 배치해 통제 품목 거래자 등을 색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우리 국정원에 해당하는 정보 기관으로 반당, 반국가, 반탐(방첩) 활동을 주요하게 벌이는 정보기관이다. 보위부가 장마당 통제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보위원들은 보안원(경찰)들과 다르게 일반 주민들과 직접 부딪치는 일을 삼가왔다.

소식통은 “보위원들 때문에 장사하는 사람들이 바짝 엎드려 장마당에서 날개돋히듯 팔리던 한국 제품들이 모습을 감췄다”고 말했다. 보위원들의 주 단속 대상은 한국 영화 CD, 한국산 의류와 전자제품이다. 보위부가 한류 차단에 직접 나섰다는 말이 된다.

북한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유행과 함께 시작된 한류가 의류와 전자제품, 심지어 여성용 속옷과 화장품으로 급속히 확대되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을 정도다.

북한 장마당에서는 한국산 이외에도 국가 재산이 사적으로 매매될 가능성이 있는 자동차 타이어, 차량 부속, 디젤유, 휘발유, 소고기, 의약품, 전기담요, 베어링 등과 술, 맥주, 외화(특히 달러) 등에 대해서 매매를 금지해왔다.

이러한 품목도 과거에는 장마당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보안소에 이어 보위부까지 나서 단속하기 때문에 안면이 있는 일부 고객을 제외하고는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장마당 통제는 일반적으로 장마당 관리원들이 해왔지만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장사꾼들이 이들의 통제를 잘 따르지 않았다.

대북지원 단체 좋은벗들은 최근 소식지에서 상인들과 보안원들의 쫓고 쫓기는 상황을 소개하면서 “장사를 열심히 하다가도 보안원들의 출퇴근 시간인 매일 아침 7~8시 사이와 저녁 7~8시 사이에는 모두 자취를 감춘다”면서 “하도 번갯불같이 움직여서 보안원들도 일일이 막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쫓으면 철수했다가 다시 나타나는 이런 장사를 그동안 메뚜기 장사라고 불렀는데 올해 장마당 통제 조치가 강화되면서 메뚜기 장사도 더 심해졌다”며 “모두 한 끼 벌이로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를 쓰고 장사를 나온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이후 10월 초부터 본격적인 장마당 통제에 들어가 지방에서는 40세 이하 여성은 장사를 금지해왔다. 일부에서는 40세 이하라도 부양가족이 있으면 선별적으로 장사를 허용하고 있다.

최근 신의주에서는 상설 시장을 폐쇄하고 과거 농민들이 일부 농산물을 거래하는 농민시장으로 전환한다는 말까지 돌았다.

소식통은 “지금까지 국가에서 돌봐주지 못하니 시장을 허용했는데, 이번 가을부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장마당 물건 품목도 통제하고 사람들도 못나오게 한다”면서 “위(당국)에서 하는 조치들을 보면 오히려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