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산림복구 전투… “길가 조상 묘 파내서 화장해라”

소식통 “당국, ‘산림녹화에 지장’ 묘지 이달 말까지 철수 지시”

산림애호
강원도 원산 지역의 모습. 자전거로 이동하는 주민들 모습 뒤로 ‘산림애호’라는 구호판이 눈에 띈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 당국이 일명 ‘산림복구 전투’ 정책의 일환으로 이달 말까지 도로 주변에 있는 묘지를 전부 없애고, 유골도 화장(火葬)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고 내부 소식통이 10일 전해왔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최근 이달 중으로 도로 주변에 있는 모든 묘지를 철수하고 유골은 화장해야 한다는 당국의 지시가 하달됐다”면서 “이곳의 묘지 배열이 무질서하고, 산림녹화와 풍치 조성에 지장이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정해진 기간에 철수하지 않으면 주인이 없는 것으로 인정하고 밀어 버린다는 엄포도 놓았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전 국토의 수림화·원림화를 강조해왔다. 이후 철도·도로 옆 토지에 묘목을 심게 했고, 주민들이 산에 일군 뙈기밭(소토지) 회수도 지시했다.

이밖에 각 지역에 있는 구멍탄(연탄)공장을 개건하거나 새롭게 건설하라는 방침을 내리는가 하면, 지난해 7월 평안북도 신의주에 있는 갈(鞂)생산기지 ‘비단섬’을 시찰하면서는 “갈을 원료로 하는 종이산업을 추켜세워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땔감으로 화목(火木) 대신 구멍탄을, 종이 원자재로 나무 대신 갈을 활용하도록 하는 등 대체재를 통해 나무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특히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원림녹화(산림녹화)와 도시경영, 도로관리사업을 개선하고 환경오염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면서 산림 복원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낸 바 있다. 이는 환경 파괴에 따른 산림황폐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KFRI)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산림면적 899만ha 중 황폐화된 산림은 약 284만ha에 이른다. 즉, 북한 전체 산림면적의 32%, 서울시 면적의 약 46배에 달하는 엄청난 면적이 황폐화됐다는 것이다.

김정은 식수절 나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5년 식수절(3월 2일)을 맞아 2일 공군부대를 방문해 직접 나무를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산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주민들의 인식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묘지를 철수하는 것도 그렇지만 화장이 웬 말이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면서 “‘우리 집안의 행운까지 앗아간다’는 강한 불평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자력갱생’ 정책에 의존하는 경제 운영으로 모든 부담이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도 불만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식통은 “만약 화장한다고 해도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면서 “화장을 하려면 상당한 양의 장작이나 디젤유가 있어야 하는데 (주민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이라 이 모든 게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7월 초 현재 북한 평안남도 평성시 시장에서 디젤유 1kg에 약 6,500원, 장작 1㎥ 170,000원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