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철수, 중동평화 전기될까?

▲ 가자지구 귀환을 꿈꾸는 팔레스타인 난민

이스라엘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 왔다.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철수 작업을 개시한 것이다. 15일을 기해 이스라엘 샤론 정부는 가자 지구에 군인들을 보내 강제 철수에 돌입했다.

이 지역 정착민들에게는 48시간 내에 정착촌에서 철수할 것을 명령했다. 철수안에 따르면 가자 지구 21개 정착촌 8,500여명과 요르단 서안 4개 정착촌 300여명이 2개월간 4단계로 철수한다.

그러나 일부 정착촌에서는 수백 명의 이스라엘 주민들이 철거에 불복, 바리케이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한 유태인 정착민이 17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4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도 발생했다.

샤론 정부가 정착촌 철수를 결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05년 2월 20일 샤론 정부는 유대인 정착촌 25곳의 철수안을 승인하고 팔레스타인 수감자 900명을 석방하는 유화 조치를 내놓았다.

이후 샤론 정부는 강경 정착민을 비롯해 극우 세력 등 반대 세력의 격렬한 반발에 직면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수십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를 비롯해 총리에 대한 암살 위협까지 존재했던 상황이었다.

고무적인 전기될 수 있지만, 지속적 성과 속단 어려워

이스라엘의 정착촌 철수는 과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 정착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우선 반가운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그간의 경과를 보면 설사 이러한 고무적인 전기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지속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만큼 이-팔 분쟁은 상호간의 수많은 약속과 파기로 점철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가 이-팔 분쟁 해결의 주요 현안과 관련된 사항이면서 이스라엘로서는 획기적인 조치인 만큼 그 가치가 매우 큰 것이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 협상에 있어 구체적인 주요 현안으로 부각된 것은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문제, 예루살렘 귀속 문제, 유대인 정착촌 철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는 이스라엘인 약 500만 명과 팔레스타인인 약 250만 명이 살고 있는데 4차에 걸친 중동 전쟁으로 인해 약 300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등 주변국으로 흩어져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팔레스타인은 가자 지구와 요르단 강 서안 지구를 중심으로 이 난민들을 귀환시킴과 동시에 독립 국가 창설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로서는 이 요구를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테러가 종식되지도 않고 평화도 정착되지 않은 조건에서 이 요구를 수용할 경우 이스라엘과 동등한 인구를 보유한 국가 단위의 테러 위협을 용납하는 형국이 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동 평화 로드맵에 따른 유화조치 결과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양측에 있어 역사적 중심지이면서 종교적 성지이다. 따라서 어느 쪽도 양보 할 수없는 조건에서 공동 관리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팔레스타인은 가자 지구와 요르단 강 서안 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 철수를 요구해 왔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은 단순히 양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사실상 취급되어 왔으며 그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노력이 경주되었다. 그 중 가장 최근의 노력으로는 ‘중동 평화 로드맵’을 들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2003년 중동 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안)을 합의한 바 있다. 2003년 4월 30일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유엔 등 ‘4대 중재자’의 중재안으로 중동 평화 로드맵이 제안되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이에 전격 합의하였던 것이다.

유엔 안보리는 이 로드맵에 대한 확고한 보증으로서 유엔 안보리 1515호 결의까지 채택하여, 로드맵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고 상호 평화 공존을 위한 ‘비전’을 ‘성취’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합의안은 이후 다시 공전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물론 어느 누구를 먼저 탓하기 어려운 ‘테러와 그에 대한 보복 공격’의 악순환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로드맵의 생명을 살려 가기 위한 노력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결국 이번 조치도 그 연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로드맵의 주요 골자는 1단계로 테러 및 폭력의 종식과 팔레스타인 주민 생활의 정상화, 팔레스타인 국가기구의 건설 등을 실현하고 2단계로 이행 기간을 거쳐 3단계로 팔레스타인 영구지위협정 체결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간 분쟁 종식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앞서 밝힌 주요 현안에 대한 보다 세밀한 사항의 이행이 14개 항에 걸쳐 규정되었던 것이다.

팔레스타인 국가창설 기초 마련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통해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의 물적 기초 환경이 확실히 확보된 셈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이 정도로 만족하기 어렵다. 팔레스타인은 요르단 강 서안 지구 모두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샤론 정부는 요르단 강 서안 지구 중 규모가 큰 정착촌 6곳은 추후에도 내 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샤론 정부로서는 현재의 조치만으로도 사실상 정권의 운명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어떻든 이번 조치가 이스라엘로서는 어려운 결행이었으며 팔레스타인에게도 고무적인 조치임엔 틀림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중동 문제의 ‘뇌관’이라 말한다. 그처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는 민감하고 집약적이면서 두 당사자 만이 아닌 세계적 차원의 문제로 인식되고 다루어져 왔다. 그 해결을 위한 노력도 다방면에서 무수히 제안되었다.

결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는 적절한 안(案)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다른 근본적인 문제가 따로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즉 문제의 진정한 실마리는 다른 쉬운 곳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상호 실체에 대한 진정한 인정이며 진실된 신뢰의 회복이다.

이스라엘이 바라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이스라엘 유대 국가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며 테러 위협을 종식시켜 달라는 것이다. 팔레스타인도 현재로선 독립 국가의 설립을 확고히 보장해 달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상호 그와 같은 방향에서의 일보 전진에 항상 찬물을 끼얹은 것은 테러, 암살과 같은 ‘급진주의’적 유혈 사태와 종교적 ‘원리주의’의 준동 이었다.

이것은 항상 양측간 힘든 노력과 결단을 무위로 돌렸으며 상황을 테러와 보복 공격의 악순환으로 다시금 회귀시켰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진보적 지식인과 민중들이 ‘평화 공존’ 에 대한 그 모든 불합리하고 참혹한 ‘훼방’에 한마음으로 결연히 맞서 나가는 일이라 하겠다.

이종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