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한반도는 붕괴한다?’

한반도는 붕괴의 운명을 맞을 것인가?

민족공조를 우선시하는 대북정책이 계속된다면 대답은 ‘Yes’이다.

‘집권세력이 ‘민족’에 매달려 자유 인권이라는 근본 가치를 끝내 외면할 경우 남북은 예측하기 힘든 공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현 대북정책의 궤도를 수정해야만 한반도 붕괴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노 학자는 충고한다.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를 통해 ‘민족지상주의’ 통일론을 비판했던 박성조 베를린 자유대학 종신교수는 최근『한반도의 붕괴』를 펴내고 효과적인 북한 변화전략을 담은 대북정책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나섰다.

해방 이후 60년 가까이 떨어져 지내온 북한과의 통일을 그려보는 것은 쉽지 않다. 역으로 어느 순간 활활 타오른 통일 열기를 이성적으로 제어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독일의 통일과정을 몸소 경험한 저자에게 통일은 현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에게는 통일의 감격보다는 통일을 준비할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했다. 『한반도의 붕괴』는 그런 노학자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전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저자는 북한 정권의 비민주성과 무능에 통탄한다. 그러나 저자는 북한 정부를 변화시키는 것은 당면 목표가 아니라고 말한다. 변화 대상은 북한 주민이라는 것.

북한 주민 스스로 아래로부터 변화를 꾀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절대적 가치에 기반 해야 한다. 절대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통합은 공염불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북한 주민 스스로 아래로부터 변화를 꾀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독일과 유럽 NGO들이 진행하는 대북 구호활동을 하나의 답으로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독일․유럽 NGO, 특히 기독교 NGO들은 자조(自助)원칙에 기초한 프로그램과 공동생활을 통해 북한 주민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독일·유럽 NGO, 특히 기독교 NGO들은 자조(自助)원칙에 따라 고기가 아닌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며 공동 체험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NGO 활동가들은 다른 정치적 목적이나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아주 협소한 범위에서 ‘자유영역’을 확보하고 점차 확대하는 노력을 할 따름이다.

물론 이들의 활동에도 한계가 따른다. 북한정부는 ‘분열시켜 지배한다’는 전략을 구사하며 NGO들을 통제하고 있다. 실제 많은 NGO들이 사업범위를 넓혀가거나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다가 쫓겨나거나 철수했다.

그러나 저자는 기독교 NGO들은 여전히 남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통제된 사회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방법을 실천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반도의 붕괴』는 이와 함께 남북경협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추진되는 남북경협은 북한은 노동집약적 산업, 남한은 자본․지식집약적 산업이라는 고전적 국제 분업이론에 따른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식의 분업으로는 남북간의 격차를 줄일 수 없다고 단언한다.

남북한이 각각 지닌 비교우위에 바탕을 둔, 미래지향적인 분업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남한은 하드웨어 분야를 북한은 소프트웨어 분야를 전문화하는 방안을 바람직한 사례로 제시한다.

또한 북한의 잘못된 자본주의 감염을 직시하라 지적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동독과 소련의 암시장이라는 유산이 오늘날 성공적인 체제 변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시장은 투명하고 공정하다는 인식을 사전에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이미 암시장이 활성화된 북한 역시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변화의 길로 나아가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북한과 같은 극도의 폐쇄국가에서 장마당이라는 암시장을 시장경제의 맹아로 보는 남한 경제학자들의 시각과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물론 공식 시장이 없는 상태에서 물물교환 수준의 북한 장마당을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암시장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따져볼 일이다.

저자가 대북접근의 원칙으로 내세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인권의 중요성은 간과하기 어렵다. 배고프고 독재에 짓눌린 통일은 남한 사람 어느 누구 하나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감시와 통제, 폭력으로 체제를 유지해온 정권 하에서 비정치적 NGO의 활동을 확산시켜서 북한의 변화를 이루겠다는 저자의 희망이 지나치게 나이브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북한 당국의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 대북 유화정책은 요지부동이다. 지금과 같은 일방주의와 성과주의식 대북정책을 계속해서는 북한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남북관계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20-30년 후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는 혜안과 지략이 필요한 때이다.

이유미 / 대학생 웹진 바이트(www.i-bait.com)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