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 넘치는 이산가족 상봉 2일째…“소원 풀었다”

상봉 이틀째, 개별상봉에 대한 기대감이 큰 가족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튿날 아침은 가족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로 시작됐다. 아침 식사(개별식사)를 마친 가족들은 삼삼오오 로비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통해 태어났는지조차 몰랐던 딸을 만난 유관식(89) 씨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어제 딸(유연옥, 67)도 만나고 사촌 동생(유옥녀, 63)도 봐서 소월이 풀렸다”며 “밤에 피곤해서 꿈도 꾸지 않고 잘 잤다. 오늘도 너무 기대된다”고 함박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형수와 조카를 만난 김종삼(79) 씨는 은색과 검은색 반짝이로 뒤덮인 화려한 중절모를 쓰고 외금강호텔 로비에 앉아 형 김종태(81) 할아버지와 오늘 개별 상봉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이야기를 나눴다.

김 씨는 중절모를 남측 딸이 선물해 줬다며 “일부러 화려한 모자를 썼다. 이렇게 반짝거리면 나를 (북측 가족들이) 잘 알아볼 수 있을 거잖아”라고 말했다.

북측의 조카를 만난 유원식(84) 씨에게 상봉 소감을 묻자 “말이 아니죠. 소리 모르다가 만나보니”라며 “혼자 살다 죽나 했지. 통일 빨리 돼서 왔다 갔다 했으면 좋겠어. 빨리 해야 해, 우리 민족의 희망도 많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북측 가족과의 둘째 날 상봉을 앞둔 우리 측 이산가족들은 이날 외금강호텔 1층 외금각에서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개별적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2분간 정전, 가족들 엘리베이터에 갇히기도

오전 8시 32분쯤 약 2분간 외금강 호텔이 정전되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가족들이 갇히는 소동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문을 두드리며 “여기!!!”라고 크게 외쳤고 곧바로 전기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면서 무사히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객실을 정리하던 북측 접객원은 ‘잠시 (전기가) 나간 것 같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다시 들어옵니다“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전 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북측 보장성원

“남측도 날씨가 많이 더웠다고 하는데 어떻습네까”라면서 “올해는 참 가뭄이나 더위 때문에 남이나 북이나 힘들었던 것 같습네다”라고 한 북측 보장성원이 말했다고 한다. 북측이 한결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평가다. 우리 측 기자들은 보장성원들이 정치적 이야기 또는 어떤 목적을 갖고 하는 접촉이 아닌 순수한 호기심에 접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도 한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북측의 한 보장성원은 21일 우리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우리 원수님(김정은)께서 이번에 남측 편의를 최대한 보장해주라고 하시었다”며 20일 아침에야 기자단 사진이 넘어왔고 자신들은 원래 이런 경우 잘 받아들이지 않지만 김 위원장의 지시 때문에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남북은 남측 기자단 규모를 확대하는 문제를 두고 이산가족 상봉 직전까지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산가족들은 오전 10시 외금강 호텔에서 개별상봉을 시작했다. 가족들은 북측이 준비한 백두산 들쭉술, 대평곡주등의 선물을 받고 객실로 입장해 상봉을 시작했다.

개별상봉은 오후 12시까지 2시간 가량 진행될 예정이며 개별상봉 이후에는 가족들은 개실에서 도시락으로 중식을 먹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