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한 마약 빼돌려 거액 챙긴 혜산시 마약왕 박 모 중좌

진행 : 국가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인권침해를 당한 주민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염승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떤 사건을 소개해 줄 건가요?

기자 : 양강도 혜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제보자 최 모 씨가 데일리NK와의 통화를 통해 제보한 사건입니다. 양강도 보안국(경찰) 예심과 지도원 박 모(40대) 중좌의 악행을 고발할 예정인데요.

제보자에 따르면, 박 중좌는 자신의 권력을 악용해 마약 판매책들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거액의 뒷돈(뇌물)을 챙기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성폭행도 일삼고 있다고 하는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법과 원칙, 청렴을 내세우지만 자신의 이익과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악랄한 방법으로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 : 북한에선 권력을 쟁취하면 반드시 악행에 빠져드는 것 같더군요. 그렇다면 박 중좌는 언제부터 주민들을 못살게 굴었던 건가요?

기자 : 북한에서 가장 어려웠던 대량 아사 시기(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이라고 지칭)인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마약이 돈이 된다는 점을 간파한 박 중좌는 마약 판매자들과 구매자들을 색출하는 데 주력합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마약 판매와 구매자들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목돈을 두둑이 챙겼다는 게 제보자의 설명입니다.

특히 박 중좌는 마약 유통 구조를 완벽히 장악하면서 은밀하게 마약장사를 조장하고 뒤를 봐주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제는 그 범위가 보다 넓어져 양강도당과 검찰 및 보위국 고위간부들에게도 마약을 보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혜산시 주민들은 “마약장사를 크게 하는 사람들 뒤에는 꼭 법 기관의 큰 놈들이 숨어 있다”면서 “큰 돈벌이는 법관들이 다 차지하고 힘없는 새비(새우)들만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하는 세상이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 : 그렇다면 박 중좌와 관련된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시죠.

기자 : 제보자 최 모 씨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박 중좌는 혜산시 혜강동에 살고 있는 40대 남성 이 모씨가 중국 상인들과 마약 밀수를 해 큰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후 집으로 직접 찾아가서 “마약 밀수와 판매의 위험성과 엄중성을 모르는가, 평생을 감옥에서 살고 싶은가”는 협박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씨가 쉽사리 포섭되지 않았고, 이에 박 중좌는 때를 기다렸던 겁니다. 자신의 사람은 적절하게 뒤를 봐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철퇴를 가하는 북한 보안 기관들의 수법이 이번에도 발동된 겁니다.

진행 : 박 중좌의 회유와 협박이 이 씨에겐 먹혀들지 않았다는 건데요. 이 씨는 결국 어떻게 됐나요?

기자 : 결국 그는 ‘불법 마약 판매와 밀수’라는 혐의로 체포됐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박 중좌는 자신의 회유 사실을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보름이라는 시간이 경과한 후 체포하는 치밀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박 중좌는 예심을 직접 담당하면서 “불법행위를 다 토해내라”면서 의자를 집어 던지고 밀대로 이 모 씨를 무자비하게 구타했다고 합니다. 이 모 씨는 고문 과정에서 갈비뼈 4대가 부러져 나가고 머리 두 곳이 터지는 등 각종 신체 부상을 입었지만 박 중좌는 아랑곳 하지 않았죠. 마약의 출처를 전부 밝히고 나서야 폭행을 멈췄다고 합니다.

박 중좌의 심한 고문과 협박을 견디다 못한 이 씨는 중국에 넘기려던 500g의 마약을 고스란히 내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행 : 모진 고문으로 회수한 마약은 어떻게 처리했나요? 이 과정에서는 비리가 없었는지 궁금하네요.

네 : 박 중좌도 예상을 크게 벗어난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마약을 국가에 고스란히 바치지 않고 1/5에 해당하는 100g을 뒤로 빼돌려 지인들에게 팔아 목돈을 마련했다는 것이 제보자의 설명입니다.

북한에서 마약 1g은 중국 돈으로 100~170위안(元) 정도에 거래되고 있는데요. 박 중좌가 최상품인 170위안짜리 100g을 챙겼다고 하니, 계산해 보면 이번 사건으로 1만 7000위안(한화 약 290만 원)을 챙겼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 : 이렇게 뒤로 착복하면 상급 간부들에게 쉽게 걸리지는 않은 건가요? 어떻게 이런 비리를 아무렇지 않게 저지를 수 있는지요?

 

기자 : 북한에서는 모든 결정권을 상급간부들이 가지고 있고,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그들만의 보호막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 어떤 비리를 저질러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겁니다.

 

진행 : 이런 상황이라면 피해자는 이 씨에 국한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박 중좌의 악행은 어디까지 뻗치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 네 말씀하신대로 악행은 이뿐이 아닙니다. 혜산시 혜탄동에 살고 있는 한 모(20대·여성) 씨와 안 모(30대·여성) 씨도 마약판매를 하다가 적발돼 박 중좌에게 취조를 받게 되었는데요, 취조과정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제보자에 따르면 한 모 씨와 안 모 씨는 함경남도 함흥~혜산 간 마약 운반책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박 중좌의 지인들과 거래를 하기에 이르게 됐고, 결국 대량의 마약 거래 움직임을 포착한 박 중좌가 이들을 체포하게 됩니다.

체포 이후 이 여성들을 번갈아 가며 조사를 했고 조사실에서 수차례 성폭행을 했다는 겁니다. 박 중좌의 성폭행에 여성들의 반항이 거세지자, 머리카락을 휘어잡기도 하고 발로 여성들의 배에 타격을 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진행 : 법을 수호해야 할 간부가 오히려 여성들에 대한 인권유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군요.

기자 : 박 중좌의 난폭한 구타와 협박에 겁에 질린 여성들은 그의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그는 그 뒤에도 “처음부터 곱게 놀았으면 이런 대접 받지 않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았겠느냐”며 취조실에서 연일 성폭행을 했다고 합니다.

한 달간의 조사를 마친 이 여성들은 두 달간의 단련대 처벌을 받게 됐는데, 그  마저도 박 중좌의 입김으로 입소 한 주일만에 병보석으로 석방되었다고 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현재까지도 저녁이면 이 여성들의 집에 드나들면서 성상납을 받고, 마약밀무역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