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불감증보다 ‘측은지심 불감증’이 두렵다

북한 미사일문제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지난 9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안보독재 시대의 망령에서 벗어나자’는 글이 게재되면서 ‘안보불감증인가’, ‘위기 부풀리기인가’로 논쟁이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위의 글에서는 ‘굳이 일본처럼 새벽부터 야단법석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자극적인 말을 덧붙여, 일본과의 외교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는 미사일 문제 발생 후 일본 각료회의에서 나온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강경대응 등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일본의 침략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5일이 지나서야, 그것도 대변인의 입을 통해 대통령 입장을 발표했던 정부가 일본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발빠른’ 대응을 하는지 좀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일관되지 못한 모습 때문에 노무현 정권이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 안보불감증을 보인다고 비판받는 것이다.

정부의 안보불감증 못지않게 국민들의 안보불감증에 대해서도 지적되고 있다.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DJ때부터 시작된 대북 유화정책이 만든 결과라 주장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위험에 노출된 사람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실제로 위협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국민들의 솔직한 목소리이기도 하다.

김정일 정권을 매우 위험한 존재로 보는 나 역시 이번 미사일발사를 보면 안보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다. 김정일이 쉽게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권유지를 최우선의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김정일이 전쟁을 자초해 스스로 정권을 내놓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안보불감증’이 아니라 ‘측은지심 불감증’이 더 문제

그러나 안보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것과 북한에 무관심한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행위에 안보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해도 미사일 발사와 같은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와 같은 무모한 정권에 볼모로 붙잡힌 북한사람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돌려야 하지 않나 싶다.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서도 우리는 김정일 정권은 어떤 무모한 행동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으며, 그것을 통제할 주변장치가 국제사회는 물론 북한 내부에도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통제 불가능한 김정일의 행동은 북한 내부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이미 탈북자들의 증언과 많은 자료를 통해 김정일 정권이 어떤 방식으로 북한 내부를 통치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권력에 해가 된다 싶으면 가족 3대를 죽음의 수용소로 쫓아냈고, 자국민 3백만이 굶어죽어가는데도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산해진미들을 즐겼으며, 자신의 비위에 맞지 않는 사람에겐 대낮 길거리에서 공개총살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에게 북한 사람들이 겪는 비참함과 고통은 전쟁의 공포보다도 더 먼 얘기 같다. 이번 미사일 발사로 북한이 무모한 정권인지 다시 한 번 확인 되었지만 그런 정권아래 오랫동안 숨죽여 살아온 북한사람들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미사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권과 북한에서 어떠한 소식이 들려와도 무덤덤한 우리국민들을 보며 우리사회가 걱정해야 할 것은 ‘안보불감증’이 아닌 나보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을 딱히 여기는 ‘측은지심 불감증’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유미/대학생 웹진 ‘바이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