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평안도·함경도에도”…시장 단속도 강화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발병 정황이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 발병 정황이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앞서 평양 부도심 및 외곽지역과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ASF 발병 정황이 포착된 데 이어 현재 평안도와 함경남도 등에도 ASF가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돼지고기 판매 단속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고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이 30일 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혜산시는 돼지열병이 걸렸다는 소식이 아직은 없지만, 최근 백암노동자구를 방문한 주민이 파악한 바로는 앞 지대(함경남도와 평안남도 등 이남지역)에는 대부분 돼지열병이 발병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 평안남도 평성과 개천에서는 북한 당국의 돼지고기 판매 단속 움직임이 강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일단 이달 초부터 시장에서 ‘수의초소’ 인원이 대폭 증가했다”며 “이 인원들이 축산물 판매 매대를 시찰하고 문제가 있겠다는 판단이 들면 고기를 떠 가지고 정밀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소식통에 따르면 본래 북한에는 수의초소 인원들이 검열하고 난 다음에야 고기를 판매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지금까지는 이러한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담배 한 갑을 주면 무사히 검열이 통과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확인서를 절대 쉽게 떼 주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고 한다.

또한 그는 “시장이 아닌 개인이 (고기를) 파는 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단속하라는 지시도 하달됐다”며 “축산물과 관련된 가공식품, 예를 들면 소시지 같은 제품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에 대해서도 단속이 심하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단속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관련 제품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포될 가능성까지 경계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평안북도 신의주와 인접한 다른 군(郡)에서도 ASF가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평안북도 소식통은 “신의주가 돼지열병에 걸렸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근처 동네인 의주와 삭주에도 병이 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지역들이 모두 걸렸다면(감염됐다면) 평안북도 전체가 걸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경 촬영된 순천 지역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내부소식통

앞서 본보는 지난 25일 현재 북한 당국이 신의주 시장에서 돼지고기 판매를 단속하고 있으며, 방역 인원들이 돼지를 키우는 개인집이나 농가를 돌며 약을 살포하고 있다는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이 돼지고기 판매와 중국 축산품 수입을 단속하고 방역 조치에 나서는 등 ASF 발병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질병관리 시스템과 방역 설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전염병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ASF 확산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국도 북한 내 발병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듯한 모양새다.

양강도 김형직읍 일대에서 가축 밀수를 하는 한 북한 주민은 “(양강도에) 돼지열병이 걸렸다는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는데, 최근 새끼돼지 밀수가 잘 되지 않아 중국 대방(무역업자)에 물어보니 ‘조선(북한) 어디나 돼지열병이 걸린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새끼돼지를 들여오다 걸리면 큰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당분간 돼지 관련한 것들은 (밀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 내 발병 상황에 따른 국내 ASF 유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관 기관의 대책 마련과 전 국민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29일) 국무회의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올 경우 닥칠 재난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강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ASF가 멧돼지를 통해 유입되지 않도록 비무장지대와 임진강 하류 등에서 완벽히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총리는 “북한에 ASF가 꽤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내 발병 상황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통일부는 곧바로 “북중 접경지역에서 발병 사실이 확인된 바 있으며, 최근 북한 언론 등에서도 주의를 촉구하는 등 관련 동향을 강조한 바 있으나,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발병 사실을 발표하거나 국제기구에서 북한 지역 발병 사실을 확인한 바는 없다”며 북한 내 발병 사실을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전염병은 사전방역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측에 ASF 방역 등 협력 방안에 대한 의사를 전달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