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탄 ‘잔치’ 끝낸 北, 대북제재 대응 도발 카드 만지작?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주변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이 추진되고 있고, 한국과 미국, 일본은 강력한 대북제재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중국, 러시아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제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미국 의회에서도 대북제재 법안이 통과됐다. 일본도 곧 독자 대북 제재를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겉으로 보기에는 의외로 조용한 모습이다. 남쪽에 전단을 날려보내고 무인기를 일부 띄우기는 했지만, 대북 확성기 방송에 ‘전쟁 운운’하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기습적인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북한 내부는 그동안 축제 분위기

북한 내부를 보면 북한이 그동안 왜 이렇게 조용했던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북한은 그동안 조용한 것이 아니었다. 자칭 ‘수소탄 실험 성공’ 이후 대대적인 경축 행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돼 왔던 것이다.

평양에서 8일(이하 보도일 기준) 열린 ‘수소탄 시험 경축 대회’를 시작으로 11일에는 평안남도와 남포시, 12일에는 함경남도와 함경북도, 황해남도, 13일에는 황해북도와 자강도, 강원도, 14일에는 평안북도와 양강도, 나선시에서 핵실험 관련 집회가 계속됐다. 경축무도회와 함께 불꽃놀이가 진행되는가 하면, 김정은이 핵실험에 기여한 핵과학자, 기술자 등을 불러 기념사진을 찍고 표창을 수여하는 등 전국가적인 축하 행사가 잇따랐다. 북한은 핵과학자들이 평양을 떠난 13일 평양 시내에 10만이 넘는 인파를 동원해 이들을 환송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4차 핵실험 이후 지금까지는 북한 입장에서 볼 때 대대적인 잔치를 벌이는 시기였던 것이다.

경제와 사회복지, 인권향상 등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없는 독재정권의 입장에서는 정권의 위대성을 강조하는 것이 권력유지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는데, 지난 열흘 가량은 김정은 정권이 핵실험의 성과를 대내 정치적으로 최대한 활용해야 했던 시기였던 셈이다.



북한은 핵과학자·기술자들이 평양을 떠난 13일, 10만이 넘는 인파를 동원해 이들을 환송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잔치는 끝났다 … 그 다음은? 

핵실험에 기여한 과학자, 기술자들이 13일 평양을 떠난 만큼, 이러한 대내 잔치는 이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올해 북한의 향후 행보를 읽는 데 가장 중심이 되는 사건은 오는 5월로 예정돼 있는 7차 당대회일 수밖에 없다. 36년 만에 가장 큰 정치행사인 당대회를 열기로 한 만큼, 올해 상반기의 모든 정치적 초점은 당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맞추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 7차 당대회가 성공적인 대회가 되려면 뭔가 과시할 수 있는 성과가 있어야 한다.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경제발전 성과가 있으면 물론 좋겠지만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핵실험을 실시한 것을 보면 북한은 정반대인 핵군사 강국의 성과로 7차 당대회를 맞이하려는 것 같다. 올해 초 4차 핵실험이 당연히 7차 당대회에서 중요한 성과로 내세워지겠지만, 문제는 1월의 4차 핵실험만으로 7차 당대회를 맞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5월의 7차 당대회를 ‘승리자의 대회’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이벤트가 더 필요할 것 같다. 곧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행해질텐데 거기에 굴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없다. 일정으로 보더라도 김정일 생일(2월 16일), 김일성 생일(4월 15일), 인민군 창건 기념일(4월 25일) 등 북한 입장에서 기념해야 할 중요한 날들도 많다.

결국, 조만간 북한의 강경한 반발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구체화되는 이달 말이 아마도 시작점이 될 것이다. 북한이 반발을 본격화하면 대북 확성기방송에 대한 반응도 좀 더 격화될 것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 정부 또한 유연한 입장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인 만큼, 올 상반기는 한반도에 또다시 긴장의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