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간부가 시도때도 없이 뇌물요구…北무역일꾼 “남는 게 없다”

조중우호교(압록강철교)를 통해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넘어오고 있는 차량. / 사진=데일리NK

장기화되고 있는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 무역일꾼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 항목이 아닌 일감을 찾아야 하는 과정도 쉽지 않은 데다 어렵게 일을 구하더라도 당국의 지나친 ‘충성자금’ 헌납 강요와 간부들의 뇌물 요구에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중국에 가서 (대북) 제재에 걸리지 않은 선에서 어렵게 투자를 받아 임가공 자재를 들여오더라도 (북한) 안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면서 “일단 (북한) 세관에서 물품을 보고 무작정 내놓으라고 하면서 자기들 것을 챙기고 본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중국 세관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에라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면서 “오히려 우리 세관에서 여러 사람이 돈을 요구하다 보니 ‘남는 게 없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돈을 요구하면서도 자기들도 법이 있으니까 ‘이번에 어디 어디 국가 건설하는데, 돈을 바쳐야 애국 아니겠는가’라면서 뜯어낸다”면서 “그렇게 말하면 무역일꾼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이 돈을 내곤 한다”고 소개했다.

최근 북한 당국이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어 세관 간부들이 무작정 돈을 요구하지 못하고 ‘국가 건설 자금 충당’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뇌물을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한 바 있으며 북한 매체들도 이에 대한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서 세관 간부들의 말이 거짓일지라도 이를 거절하면 반동으로 몰려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상납금이 실제 국가건설 자금 충당에 사용되는지 아니면 온전히 간부의 몫으로 돌아가는지 여부는 온전히 간부 마음이다. 실제로 국가 건설 자금으로 충당되더라도 일부는 개인이 착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중국에서 임가공 자재를 들여올 때도 문제지만 완성품을 다시 중국으로 보낼 때도 세관에서 지나치게 뇌물을 요구한다고 한다.

소식통은 “완성된 물건을 가지고 중국에 나올(나갈) 때 세관 사람들이 또 붙잡으면서 임무를 준다고 한다”면서 “약이나 술 등 이것저것 요구하는데, 이 때문에 날이 갈수록 사업하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무역일꾼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제재의 장기화는 북한 당국의 자금줄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대북제재로 무역 횟수와 규모가 줄어든 만큼 여기에 유착해 생계를 유지하던 간부들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해당 간부들이 더욱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북한 당국은 무역일꾼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충성자금의 액수를 두 배로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관련기사 : 北 무역일꾼 “中서 사업 점점 힘들어져…제재 빨리 풀렸으면”) 이는 대북제재로 인해 자금난을 겪는 북한 당국이 부족한 돈을 채우기 위해 무역일꾼들을 쥐어짜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무역일꾼 뿐만 아니라 북한사회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5월 초 평안남도에서는 시장상인들에게 받는 장세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그리고 북한 당국은 지난달에도 유통업자들에게 받는 판매수수료가 두 배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난 속에도 치솟는 세외부담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