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주민들은 태풍보다 태풍 이후가 더 무섭다

태풍 피해복구
황해도 주민들이 12호 태풍 링링으로 인한 피해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기록적인 강풍을 동반하며 국내에 큰 피해를 준 13호 태풍 ‘링링’이 북한의 내륙도 관통, 전역에 큰 피해를 줬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총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살림집 침수와 공공건물 붕괴, 46,200여 정보(약 458㎢)의 농경지가 침수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내부 주민들이 전하는 소식은 이보다 훨씬 심각해 피해 복구작업이 끝나면 인명이나 농경지 피해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국가 곡물생산의 60%를 담당하는 서해안 벨트, 즉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가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북한 식량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곡식이 익어가는 초가을에 닥친 재해라 그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태풍에 짠물이 방조제를 넘어 한창 무르익은 곡식들에게 타격을 주었다고 한다.

앞으로 태풍 피해를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북한처럼 국가 자원이 부족한 곳에서는 주요 장비와 물자를 재해 복구에 우선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들려오는 소식은 안타깝고 한심한 수준이다. 

북한 방송에서는 당의 주요 간부들과 정권기관 일꾼, 도당위원장, 무력기관 지휘관들이 피해 현장에 나가 복구를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은 피해 복구에 필요한 장비와 물자가 부족해 현장 복구가 미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자력갱생의 정신을 가지고 사람의 손으로 이겨내자고 한다는 것이다.

경제난으로 궁핍한 상황에서도 물자부족에 더하여 큰물로 기근이 들어 하루하루 먹고살기 어려운 마당에 수해복구에 총동원하라는 최고 지도자의 긴급지시가 떨어져 주민들은 삽과 괭이를 들고 복구현장에 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태풍보다, 태풍 이후가 더 끔찍하다”고 말하며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오전 태풍 13호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한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소집해 지도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에서 주민들은 국가에 대한 충성이 의무화 되어 있다. 경제난에 고달픈 하루하루지만 태풍 복구에 일단 동원되어야 한다. 재산 피해에 대한 재정 지원도 없다. 남한은 태풍 피해가 심각하면 국가가 재난 지역을 선포해 지원하거나 지자체에서도 농가 피해의 일정 부분을 보조한다. 개인 보험 등을 통해 손해를 일부라도 보전 받는다.

북한에서는 피해 지원은 고사하고 총동원령에 따라 주요 시설 복구에 나가야 한다. 거리와 마을에 방송 차들이 나타나 “자력갱생” “간고분투”를 강조하는 선동을 한다. 국가가 해주는 것은 “어려워도 참고 살면 행복이 온다”는 말뿐이다. 이러한 조언은 누가 못하겠는가? 먹을 것이라도 주면서 일을 시키면 감사할 뿐이다.

북한도 지역에 따라 계층과 계급에 따라 쌀밥을 먹거나, 밀가루 빵을 먹고, 옥수수 또는 그 가공품을 먹는다. 곡물이 주된 먹을거리이지만 고위층은 설탕, 커피, 그리고 알코올 등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국가적 재난이 든다고 해서 고위층이 주민들을 위해 자기가 가진 것을 얼마나 내놓을까? 피해 현장에 나타나 생색을 내겠지만, 복구현장에 나선 주민들을 두고 돌아가서는 잘 차려진 점심 만찬을 즐길 것이다.

현재 북한지역에서 일반 주민들이 일용할 양식은 옥수수이다. 그런데 그 옥수수도 없어서 굶은 채로 부역에 동원되고, 도시에 만들어지는 어마어마한 호화식당이나 수령기념물의 복구에 주민들의 피와 땀이 바쳐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삼지연 같은 국가 건설장의 장비와 인력을 복구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태풍이 휩쓸고 가자마자 미사일을 쏠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태풍 피해에 대처하는 북한 당국의 태도는 겉과 속이 이렇게 다르다. 지금은 무엇보다 우선 경제난과 자연재해에 힘들어하는 주민들의 생존을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