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일 미국 때리기…’통남봉미’ 전략 노골화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1일 ‘역사적죄악, 날강도적인 정체’라는 제목의 대담을 게재하고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사진=우리민족끼리 캡처

북한이 매체를 동원해 연일 미국 때리기에 나선 가운데, 한편으로는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이어가자는 대남 평화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통남봉미’(通南封美) 전략을 구사해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겠다는 속셈을 노골화하는 모양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1일 ‘역사적죄악, 날강도적인 정체’라는 제목의 대담을 게재했다. 지난 19일과 20일에 이어 이날 역시 같은 제목의 대미 비난 대담을 내고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이다.

우리민족끼리 기자와 논설원의 대담을 담은 해당 연재 글에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제재·압박 사례들을 일일이 열거, “모든 사실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악화의 주범, 북남관계 개선을 한사코 가로막는 장본인이 다름 아닌 미국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미국 측이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연기된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거론하며 “이 땅에서 전쟁을 도발하고 정세를 악화시키려는 미국의 흉심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19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논평을 내고 “트럼프패의 전쟁연습 재개 소동은 조선반도에 깃든 평화의 작은 싹마저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망동”이라며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려는 우리의 적극적인 노력과 국제사회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도발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성을 보이며 대남 평화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간 평화 분위기를 내세워 한반도 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강조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실제 우리민족끼리는 21일 ‘북남관계개선의 분위기를 더욱 승화시켜나가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북남관계문제는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것은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고 북과 남이 주인이 되어 자주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19일 게재한 ‘민족 자주만이 정답이다’는 제목의 글에서는 “북과 남이 민족자주의 기치 밑에 뜻과 마음을 합친다면 북남관계 개선에서는 커다란 전진이 이룩되게 될 것이며 나아가서 온 겨레가 바라는 나라의 통일도 그만큼 앞당겨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右)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

북한은 통남봉미 전략을 강도 높게 구사함으로써 한미 양국을 갈라놓고 국제사회 대북 제재 공조에 틈을 벌리겠다는 속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데다 대북 군사옵션 실행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심산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등 노골적으로 한미 공조의 이완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향후 구체화될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 시점에 남북 군사회담 카드를 꺼내들어 한미동맹 흔들기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한미는 패럴림픽이 끝난 뒤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시행할 것임을 시사, 대북정책에서 한미 간 이견이 없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패럴림픽이 3월 18일 종료되면 4월 이전까지 한미 양국 장관이 정확히 (훈련 일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미국 국방부 측도 패럴림픽이 끝난 후에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 시점 등 세부적인 계획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정부는 이르면 내주 중 고위급 외교 당국자를 미국에 파견해 평창올림픽 이후의 대북정책 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번 평창올림픽 기간에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해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파격적인 대남행보를 보임에 따라, 미국 측과의 정책 조율과 상호 의견 교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한편, 남북은 앞서 지난달 9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회담을 갖고 ‘남과 북은 현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군사회담이 열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