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도 밝은 옷에 액세서리 즐겨해요”

▲북-중 무역상인 최명희(가명)씨, 반지와 목걸이를 착용했다.ⓒ데일리NK

북한의 대도시 여성들 사이에 밝은 색상의 옷차림을 선호하고 금반지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 착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단둥에서 만난 북중무역을 하는 북한인 최명희(가명) 씨는 “최근에는 흰 판에 노란색, 빨간색 꽃이 들어가 있는 고운 옷들이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강아지나 오리 같은 짐승들이 들어가 있어도 잘 팔린다. 단 사람 초상이 있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북한 방문자와 북중 무역상인의 증언, 국경지대에서 촬영된 북한 여성들의 옷차림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춤과 노래, 애도기간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옷차림을 금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

이후 식량난이 겹치면서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 옷차림은 말 그대로 몸에 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민들도 장사를 통해 소득이 늘어나고 북중무역을 통해 중국에서 싸고 화려한 옷들이 유입되면서 옷차림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데일리NK 특파원이 신의주 선착장에서 촬영한 사진에는 단오절을 맞아 유람선을 타고 압록강을 구경온 북한 여성들의 옷차림이 예전에 비해 화려해진 모습이었다.

최근 국경지역에서 만난 북중 무역상인의 모습과 이들이 북한으로 들여가는 주요 수입품목에서도 여성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음이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 단동에서 북한으로 생필품을 들여다 판매하는 최명희 씨는 18일 단동시내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 여성들이 화려한 색상의 옷을 찾고 있으며 특히 액세서리 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최 씨는 옷가지 외에도 액세서리 장사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한다. 최 씨가 중국 심양이나 대련의 액세서리 상점에서 5~8위안(한화 600~1천원)에 주문 구입한 액세서리는 지금 평양의 백화점과 시장에서 10~15위안(한화 1천3백~2천원)에 팔리고 있다.

최씨는 “액세서리는 원가가 적게 들고 이윤이 많이 남는 장사다. 특히 부피가 작아 운송하는데도 아무 문제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보통 1만개의 다양한 종류의 액세서리를 가져가는데 주로 목걸이와 머리핀으로 주요 고객은 평양여성들이라고 한다.

현재 목걸이와 반지, 머리핀 정도는 북한의 대도시 웬만한 여성들은 누구나가 한두 개씩 착용하는 노리개가 되였다는 것이 최씨의 주장이다. 최 씨는 구체적인 공급지역은 밝힐 수 없지만 수요가 많아 장사가 크게 된다고 귀뜸했다.

하지만 최 씨는 “십자가 및 종교에 관련된 부적이 달려 있는 목걸이와 팔찌는 착용이 금지됐다”고 말했다. 또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이상하게 생긴 목걸이는 안 된다. 그래서 액세서리는 첫째도 둘째도 북한 여성들이 좋아 하는 모양(디자인)과 색상을 선택해서 가져가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북한여성들의 이 같은 변화는 배급체계 붕괴로 장사가 주민들의 유일한 생존 수단으로 바뀌면서 시장의 활성화로 주민들이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게 된 결과라는 것이 최 씨의 지적이다.

한편 이처럼 북한 여성들이 옷과 액세서리로 자신을 꾸미기 시작한 것은 북한과 같은 획일적인 폐쇄 사회도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여성들의 본능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