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북미 회담 직전 유엔에 식량 지원 요청…왜?

심각한 인민경제 상황 인지?...일각선 제재 해제 노린 꼼수 가능성 제기

북한 가뭄
지난 8월 북한 황해북도 황주군 농장원들이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식량난을 호소하며 유엔 산하 국제기구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AP·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 정부가 식량 안보 상황에 미친 충격에 대처하기 위해 현지에 주재하는 국제 인도주의 기구들의 지원을 요청했다고”며 “북한의 식량난을 상세히 파악하기 위한 협의를 북한 측과 다각적인 차원에서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이어 “북한이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쌀과 밀, 감자, 콩을 포함해 모두 140만 명분에 해당하는 식량 부족이 예상된다”며 “유엔은 북한 전체 인구의 약 절반인 1030만 명이 식량난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약 41%의 주민들이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식량난을 이유로 유엔 산하기구에 지원을 요청한 사실은 미국 NBC방송이 지난 20일 북한 정부가 식량난을 인정하면서 국제기구가 긴급히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을 담은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메모를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김성 대사는 메모에서 식량난의 원인이 가뭄, 폭우 등 자연 대해와 ‘필요한 영농자재의 공급을 제한하는’ 국제 제재 조치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북한은 올해 가뭄과 폭염으로 인해 농작물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지난해 8월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함경북도 지역에 옥수수는 대까지 누렇게 말라 죽어가는 등 곳곳에서 가뭄 피해가 발생했다며 간부들 사이에서 ‘올해는 농사에 희망이 없다’, ‘ 올해 농사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는 형편’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인민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인지한 북한 당국이 식량난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지원을 받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북한이 자연재해 이외에 국제제재를 언급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협상 전략일 가능성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NBC방송에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 대비하는 것이다”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제재 해제다. 그들은 정상회담을 위한 기초공사를 하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한편, 김성 대사의 메모에는 북한은 식량 사정이 악화돼 노동자 가구에 대한 배급량을 지난 1월 1인당 550g에서 300g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이미 식량 배급체계가 상당히 무너졌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시장을 통해 식량을 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배급량을 언급했다는 점도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꼼수일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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